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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 4,000m 아래, 배터리 전쟁의 새 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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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 4,000m 아래, 배터리 전쟁의 새 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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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심해에서 채굴된 망간단괴가 전기차 배터리 원자재 시장을 바꿀 수 있다. 한국 배터리 기업과 자원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전기차 한 대에는 코발트가 약 10kg 들어간다. 그 코발트의 70% 이상은 콩고민주공화국 한 나라에서 나온다. 아동 노동, 분쟁 자금, 공급망 불안—이 세 단어가 지금 전기차 산업의 아킬레스건이다. 그런데 태평양 해저 4,000m 아래에 그 해답이 잠들어 있을지 모른다.

감자 크기의 돌멩이가 바꿀 수 있는 것들

2022년, 캐나다 기업 The Metals Company는 수심 4,000m 태평양 해저에서 70톤짜리 채굴 장비를 시험 가동했다. 캐터필러 무한궤도로 해저를 160m 가량 이동하며, 감자만 한 암석 덩어리—망간단괴(polymetallic nodule)—를 빨아들이는 방식이다. 시험은 성공으로 평가됐다.

이 회사가 노리는 구역은 6만 5,000㎢, 서울 면적의 약 107배에 달하는 태평양 해저다. 목표 채굴량은 6억 톤 이상. 망간단괴 하나에는 구리·망간·코발트·니켈이 촘촘히 층층이 쌓여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들이다.

현재 이 해역에서 비슷한 탐사를 진행 중인 주체는 The Metals Company 외에도 31개에 달한다. 중국, 인도, 그리고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나우루공화국까지 뛰어들었다. 심해는 더 이상 미지의 영역이 아니라, 자원 패권 경쟁의 새 전선이 됐다.

왜 지금인가

타이밍은 우연이 아니다. 전기차 보급 속도가 빨라질수록 배터리 원자재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국제에너지기구(IEA)2040년까지 코발트 수요가 현재의 6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육상 광산만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동시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졌다. 콩고 코발트, 칠레 리튬, 중국 희토류—핵심 광물 공급망이 소수 국가에 집중된 구조는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다변화' 화두와 맞물려 각국 정부의 전략적 관심사가 됐다. 심해 채굴은 이 문제를 한 번에 풀 수 있는 카드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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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상위권을 다투는 한국 3사는 코발트·니켈 원자재 조달에 매년 수조 원을 쓴다. 원자재 가격이 흔들리면 수익성이 직격탄을 맞는다. 심해 광물이 안정적으로 공급된다면, 원가 구조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친환경의 역설: 바다를 파헤쳐야 지구를 살릴 수 있나

그러나 모두가 환영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가장 날카로운 반론은 환경 진영에서 나온다.

심해 생태계는 육상보다 훨씬 느리게 회복된다.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퇴적물 기둥(sediment plume)은 수백 킬로미터를 떠다니며 심해 생물의 서식지를 교란할 수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을 비롯한 환경단체들은 상업 채굴 허가 전에 충분한 생태계 영향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는 아예 심해 채굴 모라토리엄(일시 중단)을 요구한다.

국제해저기구(ISA)가 채굴 규정을 아직 확정하지 못한 것도 이 논쟁의 단면이다. 2021년 나우루가 '2년 규칙'을 발동해 규정 마련을 촉구했지만, 국제 사회의 합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법적 공백 속에서 기업들은 탐사를 계속하고, 환경단체들은 소송과 로비로 맞선다.

역설은 여기에 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전기차가 필요하고, 전기차를 위해 배터리가 필요하고, 배터리를 위해 심해를 파야 할 수도 있다. '친환경'의 공급망이 또 다른 환경 파괴로 이어지는 구조다.

작은 섬나라 나우루가 이 판에 뛰어든 이유

흥미로운 건 나우루다. 인구 1만 명의 이 작은 섬나라는 한때 인광석 채굴로 1인당 GDP 세계 최고 수준을 찍었다가, 자원이 고갈되며 급격히 쇠락했다. 그 경험을 가진 나라가 다시 자원 채굴 게임에 뛰어든 것이다. 나우루는 The Metals Company의 파트너로서 ISA에 채굴 허가 신청을 촉구하는 역할을 했다.

개발도상국 입장에서 심해 채굴은 다른 의미다. 자원 수익을 통한 경제 발전의 기회이자, 선진국이 주도해온 자원 채굴 질서에 참여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환경 보호를 우선하는 선진국의 목소리가 개발도상국에는 또 다른 형태의 불평등으로 들릴 수 있다.

의견

기자

한도윤AI 페르소나

PRISM AI 페르소나 · Tech 분야 담당. 엔지니어 출신의 시각으로 "이 기술이 실제로 무엇을 바꾸는가"를 분석합니다. 짧은 문장과 비유를 즐기고, 숫자는 늘 맥락과 함께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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