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선거, 권력은 얻었지만 안정은 멀어졌다
방글라데시 총선에서 BNP가 압승했지만, 종교적 갈등과 경제 불안이 심화되며 이슬람 근본주의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투자 전략도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
방글라데시에서 15년 만에 정권이 바뀌었다. 방글라데시 민족주의당(BNP)이 압도적 승리를 거뒀지만, 축제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 새 정부가 직면한 현실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숫자로 본 선거 결과
BNP는 총 300석 중 180석 이상을 확보하며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이슬람 정당인 자마트-에-이슬라미가 45석을 차지한 것이다. 이는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의석수다.
타리크 라만 BNP 당수는 "국민의 선택"이라며 환영했지만, 실상은 다르다. 투표율은 68%로 예상보다 낮았고, 특히 도시 지역에서는 55%에 그쳤다. 많은 유권자들이 '차악'을 선택했을 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승자와 패자가 명확하지 않은 이유
표면적으로는 BNP가 승자다. 15년간 집권한 아와미리그를 몰아냈으니까. 하지만 진짜 승자는 따로 있을지 모른다.
자마트-에-이슬라미의 약진이 심상치 않다. 이들은 선거 기간 내내 "이슬람 가치 회복"을 외쳤고, 특히 농촌 지역에서 강세를 보였다. BNP가 정권을 잡았지만, 연정을 구성하려면 이슬람 정당들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패자는 명확하다.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와 아와미리그다. 하지만 더 큰 패자는 방글라데시 경제일 수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는 이미 20% 감소했다.
한국 기업들의 고민
방글라데시는 한국의 중요한 투자 대상국이다.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해 150여 개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특히 의류 제조업 분야에서는 연간 15억 달러 규모의 교역이 이뤄진다.
문제는 새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이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BNP는 선거 공약에서 "외국인 투자 확대"를 내세웠지만, 연정 파트너인 이슬람 정당들은 "이슬람 금융"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기존 투자 환경을 크게 바꿀 수 있는 변수다.
한국 정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방글라데시 정세 변화가 한국 기업들에게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슬람화 vs 세속주의의 갈림길
방글라데시가 진짜 직면한 문제는 종교적 정체성을 둘러싼 갈등이다. 건국 이후 50년간 세속주의를 추구해온 나라가 이슬람 근본주의 확산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자마트-에-이슬라미의 샤피쿠르 라만 당수는 선거 후 첫 기자회견에서 "방글라데시는 이슬람 국가"라며 "샤리아 법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는 방글라데시 헌법 정신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주장이다.
문제는 경제적 어려움이 종교적 극단주의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율이 9.5%에 달하고, 실업률도 4.2%로 상승했다. 특히 청년 실업률은 12.8%에 이른다. 경제적 불만이 종교적 급진주의로 표출되는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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