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투자자들이 앤트로픽을 바라보는 눈
오픈AI의 8,520억 달러 기업가치에 자사 투자자들이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앤트로픽의 연간 매출이 3개월 만에 3배 뛴 지금, AI 패권 지형이 흔들리고 있다.
한 투자자가 두 회사에 동시에 돈을 넣었다. 그런데 지금, 그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이렇게 말한다. "오픈AI의 이번 라운드를 정당화하려면 IPO 기업가치가 1조 2,000억 달러 이상이어야 한다는 가정이 필요했다." 같은 문장 안에서 그는 앤트로픽의 현재 밸류에이션 3,800억 달러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거래"라고 표현했다.
두 회사에 베팅한 투자자가 한쪽을 '싸다'고 부르는 순간, 시장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3개월 만에 매출 3배: 앤트로픽에 무슨 일이
앤트로픽의 연간 반복 매출(ARR)은 2025년 말 90억 달러에서 2026년 3월 말 300억 달러로 뛰었다. 3개월 만에 3배다. 이 성장의 핵심 동력은 코딩 도구 수요였다. 개발자들이 클로드(Claude)를 코드 작성·검토 도구로 채택하면서 기업 고객 기반이 빠르게 확장됐다.
반면 오픈AI는 기업 고객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과정에 있다. 1,220억 달러 규모의 역대 최대 민간 펀딩을 완료했지만, 2차 시장(세컨더리 마켓)에서 오픈AI 주식은 할인 거래되고 있다. 앤트로픽 주식 수요는 반대로 "거의 무한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픈AI CFO 사라 프레이어는 FT에 "1,220억 달러 유치 자체가 투자자 신뢰의 증거"라고 반박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신뢰와 밸류에이션 정당성은 다른 문제다.
"AI의 넷스케이프" 발언이 불편한 이유
투자사 Sapphire Ventures의 대표 자이 다스는 오픈AI를 "AI의 넷스케이프"라고 불렀다. 넷스케이프는 한때 웹브라우저 시장을 지배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에 밀리고 결국 AOL에 흡수됐다. 선구자가 반드시 최종 승자가 되지 않는다는 역사의 교훈이다.
샘 알트만은 이 상황이 낯설지 않을 수 있다. 그가 Y Combinator를 이끌던 시절, 공격적인 밸류에이션 인플레이션은 일부 포트폴리오 기업을 재정적으로 고립시켰다. 물론 일부는 그 가격이 아깝지 않을 만큼 성장했다. 문제는 어느 쪽이 될지 지금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한국 AI 생태계에 던지는 질문
이 구도가 한국과 무관하지 않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카카오의 AI 사업부, 그리고 삼성·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반도체 공급망은 모두 어느 AI 플랫폼이 기업 시장을 장악하느냐에 따라 전략적 방향이 달라진다.
앤트로픽이 코딩 도구로 기업 시장을 파고드는 방식은 주목할 만하다.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과 개발자 커뮤니티가 어느 AI 플랫폼을 선택하느냐는 단순한 도구 선택이 아니라, 향후 5년간의 기술 종속 구조를 결정하는 선택이 될 수 있다. 국내 AI 스타트업 투자자들에게도 이 구도는 참고 지점이 된다. 선점 효과(first-mover advantage)가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 그리고 성장률이 기업가치를 빠르게 재정의한다는 것.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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