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 AI에 중독된 사람들, 그 다음은 우리 모두
클로드 코드와 오픈클로에 열광하는 개발자들의 이야기. AI 에이전트 시대가 조용히 시작됐다. 이 변화가 개발자를 넘어 일반인의 일상까지 어떻게 바꿀지 짚어본다.
"저는 피터입니다. 그리고 저는 클로드 중독자입니다."
2025년 8월, 런던의 한 벽돌 건물 안. '클로드 코드 어나니머스'라는 이름의 모임에서 피터 슈타인버거가 자신을 소개했다. 마치 알코올 중독자 모임 같은 분위기였지만, 이들이 빠져든 것은 술이 아니라 앤트로픽의 AI 코딩 도구였다. 농담처럼 들리지만, 이 장면은 지금 기술 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의 축소판이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2025년 2월앤트로픽은 클로드 코드 프리뷰를 공개했고, 5월 정식 출시했다. 그리고 11월, Opus 4.5라는 버전이 나오면서 판이 바뀌었다. 이 버전은 더 오래 실행되고, 더 복잡한 문제를 풀며, 여러 AI 하위 에이전트로 구성된 팀을 지휘할 수 있다. 앤트로픽이 자사 엔지니어링 채용 시험에 이 모델을 투입했더니 역대 어떤 인간 지원자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Y Combinator의 CEO 가리 탄은 이 도구로 연간 400만 줄의 코드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2013년 최고 생산성 대비 90배에 달하는 수치다. 물류 기업 Flexport의 CEO 라이언 피터슨은 호르무즈 해협 공급망 위기보다 클로드 코드와의 세션이 더 끌린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클로드 코드를 직접 만든 앤트로픽의 보리스 체르니 역시 중독자가 됐다. "매일 밤 수십, 때로는 수백 개의 에이전트를 8~12시간씩 돌린다"고 했다. 그는 이 경험을 "제트팩을 달고 날아다니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슈타인버거가 있다. 2025년 11월, 그는 OpenClaw(당시 이름은 Clawd)를 깃허브에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데이터, 앱, 심지어 신용카드에 접근 권한을 주면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개인 AI 에이전트다. 공개 2주 만에 깃허브 스타 10만 개를 돌파했고, 2026년 5월 현재 36만 6천 개에 이른다.
'중독자들의 장난감'이 아닌 이유
이 이야기가 열성 개발자들의 취미 생활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마크 앤드리슨이 최근 팟캐스트에서 한 말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암시한다. "사람들이 컴퓨터를 사용하는 방식이 이렇게 바뀌는 건 거의 불가피하다." 그는 이 말에 한 가지를 덧붙이지 않았다.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지금 이 도구들을 쓰는 사람은 기술에 능숙한 소수다. 하지만 OpenClaw의 작동 방식을 보면 그 범위가 어디까지 확장될지 가늠이 된다. 슈타인버거가 모로코 여행 중 음성 메모로 에이전트에게 질문을 던졌을 때, 에이전트는 텍스트만 받도록 설계되어 있었음에도 스스로 오디오 파일을 디코딩할 프로그램을 찾아 답변했다. 설계되지 않은 상황을 스스로 해결한 것이다.
이것이 현재 AI 에이전트와 이전 AI 도구의 결정적 차이다. 과거의 AI는 정해진 질문에 답했다. 지금의 AI 에이전트는 정해지지 않은 장애물을 스스로 우회한다.
누가 웃고, 누가 불안한가
시각은 엇갈린다.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갈린다. 생산성이 수십 배 뛰었다며 흥분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클로드가 원하는 방식대로 코드를 짜게 된다"는 클로드 코드 팀 엔지니어 애덤 울프의 말처럼 개발자의 판단이 AI의 선호에 밀리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기업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클로드 코드는 상용 제품이고, OpenAI도 자체 코딩 도구를 경쟁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빅테크도 코딩 에이전트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현재 이 분야의 기준점은 미국 기업들이 설정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교육은 더 직접적인 질문에 직면했다. 앤트로픽의 채용 시험에서 AI가 인간 지원자를 넘어섰다는 사실은, 지금 코딩을 배우는 학생들이 졸업할 때 무엇을 경쟁력으로 삼아야 하는지를 묻는다.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는 아직 먼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OpenClaw가 연락처, 이메일, 일정을 읽어 파티 초대장을 보내고 음식을 주문하는 시나리오는 이미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하다. 편의성과 개인정보 사이의 선택을 사용자 스스로 해야 할 시점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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