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없는 강대국, 혼자 싸우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 동맹 소외 정책의 대가, 에너지 가격 급등,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분석한다.
"우리는 누구도 필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선언했을 때, 호르무즈 해협은 이미 닫혀 있었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는 이 좁은 바닷길을 이란이 봉쇄하자,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결과는? 단 한 나라도 손을 들지 않았다. 수년간 관세 폭탄과 외교적 압박으로 동맹을 밀쳐낸 뒤 내민 손이었다. 아무도 잡지 않았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을 상대로 군사 행동을 개시했다. 이스라엘은 공격에 동참했지만, 걸프 지역의 다른 미국 동맹국들은 참여를 거부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이란이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UAE, 바레인, 쿠웨이트 등 중동 전역을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트럼프는 기자들 앞에서 솔직하게 인정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도 충격을 받았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에 포격을 시작했고, 상업 선박들은 항로를 피하기 시작했다. 에너지 가격은 오르고 있다. 에너지는 모든 상품의 운송과 생산에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 충격은 원유 시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 전쟁의 법적 정당성에 대한 논란도 있다. 일부 법학자들은 의회의 명시적 승인 없이 감행된 이번 군사 행동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왜 지금, 왜 이 사태가 중요한가
이 사태의 핵심은 단순히 이란과의 전쟁이 아니다. 더 깊은 곳에는 하나의 이념적 환상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은 혼자서도 충분히 강하다는 믿음이다.
마거릿 대처는 "사회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의 실제 의도가 무엇이었든, 트럼프 행정부는 이 말을 가장 극단적인 방식으로 실천하고 있는 듯 보인다. 동맹은 짐이다. 상호의존은 약함이다. 힘만이 세상을 움직인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호프스태터는 미국 정치 문화 속에 뿌리 깊은 '자급자족 농부' 신화를 분석한 바 있다. 아무에게도 의존하지 않는 강인한 개인의 이상. 아이러니하게도 그 신화를 가장 열렬히 찬양한 것은 토머스 제퍼슨 같은 부유한 지식인들이었다. 실제 농부들은 시장에 편입되어 작물을 팔기를 원했다. '자급자족'은 낭만이 아니라 교통과 시장이 없어서 강요된 현실이었다.
MAGA의 세계관은 이 신화의 현대적 버전이다. 채굴업과 트럭 운전 같은 '남자다운 직업'에 대한 집착, 관세로 제조업을 부활시키겠다는 약속. 그러나 관세의 실제 피해는 미국 농가와 기업들에게 돌아갔다. 호프스태터가 1950년대에 이미 지적했듯이, "농업 신화는 그것이 더 허구가 될수록 더 널리, 더 완강하게 믿어졌다."
한국은 어디에 서 있나
한국 독자들에게 이 사태는 추상적인 미국 정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은 원유의 약 70%를 중동에서 수입한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같은 정유사들의 원가 구조가 흔들린다. 에너지 비용 상승은 철강, 석유화학, 해운 등 에너지 집약 산업 전반에 파급된다. 현대제철, 포스코, 한화오션이 모두 이 연결고리 안에 있다.
주식 시장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에도 변수가 된다. 수출 중심 경제인 한국에게 글로벌 무역 질서의 혼란은 내수 충격보다 더 직접적인 타격이다.
더 긴 시야로 보면, 미국의 동맹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것 자체가 한국 안보 전략에 영향을 미친다. 걸프 국가들이 미국 의존을 재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지금, 한국도 조용히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을 것이다.
반론도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이란의 실제 해협 봉쇄 능력에는 한계가 있으며, 미국의 군사력이 결국 상황을 통제할 것이라고 본다. 단기적 충격에 그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단기적'이 얼마나 길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회는 믿든 안 믿든 존재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한 가지를 분명히 보여줬다. 우리가 얼마나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는지.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 연결을 불편해했다. 왜 내가 남을 위해 행동을 바꿔야 하냐고. 지금 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 질문의 지정학적 버전이다.
힘만으로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는 믿음은 학교 운동장의 논리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보좌관은 "세상은 힘으로 움직인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베트남,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이 있다면, 강한 자가 항상 이기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동맹은 짐이 아니라 인프라다. 그리고 인프라는 오랫동안 방치하면 무너진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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