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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서 사라진 섹스 - 현대 소설이 욕망을 회피하는 이유
CultureAI 분석

문학에서 사라진 섹스 - 현대 소설이 욕망을 회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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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문학에서 섹스 장면이 사라지고 있다. #MeToo 이후 여성 작가들이 이성애를 다루는 방식의 변화와 그 의미를 탐구한다.

45년 전 필립 로스가 『주커맨 언바운드』를 출간했을 때, 뉴욕타임스는 이를 “참회의 행위”라고 불렀다. 로스의 대표작 『포트노이의 불만』이 반유대주의와 여성혐오 논란에 휩싸이자, 작가가 스스로를 변호하려 쓴 소설이라는 해석이었다.

그런데 2026년 오늘, 미국 문학계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작가들이 섹스를 아예 쓰지 않거나, 극도로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성애를 다룬 작품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사라지는 침실 장면들

릴리 킹의 『작가와 연인들』을 보자. 주인공 케이시의 육체적 갈망을 섬세하게 묘사하던 작가는 정작 섹스 장면에서는 붓을 멈춘다. “차에서 내릴 때 너무 흥분해서 진입로를 걸어 올라가기도 힘들었다”는 대사 이후, 구체적인 묘사는 사라진다.

에린 소머스의 『10년간의 불륜』도 마찬가지다. 10년간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불륜이 현실이 되는 순간, 생생했던 묘사는 “그는 부드러웠고, 그다음엔 덜 부드러웠고, 그러다 전혀 부드럽지 않았다”는 식의 건조한 서술로 바뀐다.

이는 단순한 문체 선택이 아니다. 현대 여성 작가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뚜렷한 패턴이다. 이성애에 대한 피로감과 회의주의가 문학 작품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MeToo 이후의 문학 지형

#MeToo 운동 이후 이성 관계를 바라보는 문화적 시각이 급격히 변했다. 학자 아사 세레신이 명명한 “이성애 피로주의(heterofatalism)” 현상이 문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성애 여성이 “차라리 레즈비언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다면, 바로 이 현상을 목격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태도가 변화 가능성 자체를 포기한다는 점이다. 세레신은 “이성애에 대해 영구적으로, 선제적으로 실망하는 것은 이성애 문화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가능성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국 문학계는 어떨까? 국내 여성 작가들의 최근 작품을 살펴보면, 미국만큼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비슷한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연애와 결혼에 대한 회의적 시각, 독립적 여성상에 대한 강조가 두드러진다.

로맨스 소설의 역설적 부상

흥미롭게도 문학 소설에서 섹스가 사라지는 동안, 로맨스 소설은 전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로맨타지(romantasy)” 장르는 8년 전만 해도 독립서점에서 찾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대형 서점마다 전용 코너를 차지한다.

이는 흥미로운 대조를 보여준다. 독자들은 여전히 사랑과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원하지만, 현실적 맥락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대신 판타지라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이런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미란다 줄라이의 『올 포스』는 이런 흐름에 대한 반박처럼 읽힌다. 기혼 여성인 화자가 젊은 남성과의 에로틱한 관계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재발견하는 과정을 솔직하게 그려낸다. 불편할 수 있지만, 바로 그 불편함이 현실적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한국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

한국 사회에서 이 문제는 더욱 복잡하다. 유교적 전통과 급속한 서구화, 페미니즘의 확산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이성 관계에 대한 인식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의 연애 기피 현상결혼 제도에 대한 회의는 단순히 경제적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문화적 서사의 빈곤도 한몫하고 있을 수 있다. 건강한 이성 관계의 모델을 제시하는 문학 작품이 부족하다면, 현실에서도 그런 관계를 상상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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