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가 리튬을 잠갔다
짐바브웨가 원자재 리튬 수출을 전격 중단했다. 아프리카 자원 민족주의의 물결이 중국 공급망을 흔들고, 한국 배터리 산업에도 파장이 미치고 있다.
전기차 한 대에 들어가는 리튬의 상당량이 아프리카 땅에서 나온다. 그런데 그 땅의 주인들이 이제 더 이상 원석을 그냥 내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짐바브웨, 예고도 없이 수출 문을 닫다
짐바브웨는 아프리카 최대 리튬 생산국이다. 지난 2월, 이 나라는 원자재 리튬 광물과 정광(concentrate) 수출을 전격 중단했다. 당초 2027년으로 예정됐던 수출 금지 시한을 앞당긴 것이다. 3월 3일 내각 브리핑에서 광산부 장관 폴라이트 캄바무라(Polite Kambamura)는 수출 금지 방침을 공식화하며, 업계가 이미 사전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유는 단순하고 명확하다. 원석을 팔아봤자 부가가치는 해외로 빠져나간다. 리튬을 가공해 배터리 소재로 만드는 과정에서 창출되는 가치를 자국 내에 붙잡겠다는 것이다. 짐바브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미비아는 2023년 미가공 리튬 수출을 금지했고, 콩고민주공화국은 코발트와 구리 원석 수출에 제동을 걸었다. 아프리카 대륙 전체에서 '자원을 캐서 파는 나라'에서 '자원을 가공해 파는 나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이 흔들린다
이 흐름이 가장 불편한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 기업들은 지난 10여 년간 아프리카 광산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리튬, 코발트, 망간 등 핵심 광물의 원자재 공급망을 사실상 장악해왔다. 짐바브웨 리튬 광산 상당수도 중국 자본이 운영한다. 원석을 중국으로 가져가 가공한 뒤 배터리 소재로 만드는 구조, 그 구조가 지금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리튬 가격은 이미 반응하고 있다. 수출 금지 조치들이 이어지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공급 차질 우려가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단기적으로는 가격 상승 압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배터리 산업, 남의 일이 아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위상은 높다. 그러나 배터리를 만들려면 리튬이 필요하고, 그 리튬의 상당량은 아프리카에서 온다. 공급망 재편은 한국 기업에게도 직접적인 비용 문제로 이어진다.
더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한국 기업들은 지금 어디서 리튬을 조달하는가. 대부분 중국에서 가공된 리튬 소재를 수입한다. 중국 공급망이 흔들리면 한국도 함께 흔들리는 구조다. 정부 차원에서 아프리카 자원 외교를 강화하거나, 기업들이 직접 현지 가공 시설에 투자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 실질적인 성과는 제한적이다.
아프리카의 셈법, 그리고 세계의 반응
아프리카 각국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조치는 오랜 불만의 표출이다. 수십 년간 광물을 캐내 팔았지만 정작 자국 경제는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부가가치를 자국에 남기겠다는 요구는 경제적 주권 주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은 복잡하다. 리튬 정광을 수산화리튬이나 탄산리튬으로 가공하려면 막대한 인프라와 기술, 에너지가 필요하다. 짐바브웨의 전력 공급은 불안정하고, 가공 기술 인력도 부족하다. 수출 금지가 자국 산업화로 이어지려면 단순한 규제 이상의 것이 뒷받침돼야 한다. 서방 투자자들과 일부 국제기구는 이 점을 우려한다. 인프라 없이 수출만 막으면, 광산 투자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인도네시아의 사례는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니켈 원석 수출을 금지한 인도네시아는 이후 대규모 제련소와 배터리 소재 공장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아프리카 각국이 이 모델을 따르려 한다면, 단기 진통 이후 장기적 산업 기반이 형성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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