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이 스스로 치킨을 시킨다
구글 Gemini와 삼성이 갤럭시 S25 울트라에 앱 자동화 기능을 베타 출시했다. AI가 직접 앱을 조작해 배달·택시를 대신 주문하는 시대, 편리함과 통제권 사이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당신이 소파에 누운 채 "치킨 시켜줘"라고 말하면, 폰이 알아서 앱을 열고, 메뉴를 고르고, 결제까지 마친다. 공상과학 영화 속 장면이 아니다. 지금 삼성 갤럭시 S25 울트라에서 베타로 돌아가고 있는 현실이다.
AI가 손가락 대신 앱을 누른다
구글과 삼성은 수 주 전, Gemini 기반의 앱 자동화 기능을 공동 발표했다. 핵심은 단순하다. 사용자가 자연어로 지시를 내리면, Gemini가 가상 창 안에서 실제 앱을 직접 조작해 작업을 완료한다. 음식 배달 앱에서 저녁을 주문하거나, 차량 호출 앱에서 공항 가는 택시를 잡는 것처럼, 지금까지 손가락으로 하던 일을 AI가 대신한다.
처음 기능이 공개됐을 때는 아직 활성화 전이었다. 그러다 최근 베타 업데이트로 실제 사용이 가능해졌고, 이를 직접 테스트한 리뷰어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비슷했다. "폰이 스스로 움직이는 걸 보는 건 정말 묘한 느낌"이라고. 익숙한 앱 화면이 사람 손 없이 혼자 돌아가는 광경은, 기술적으로는 예견된 일이었지만 눈으로 보면 여전히 낯설다.
출시 초기에는 배달·차량 호출 앱 위주로 지원하며, 점진적으로 연동 앱을 확대할 계획이다.
왜 지금인가 — 삼성과 구글의 셈법
이 기능이 2026년 초에 등장한 건 우연이 아니다. AI 어시스턴트 경쟁이 '말 잘 듣는 챗봇'에서 '실제로 일 처리하는 에이전트'로 넘어가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OpenAI의 Operator, 앤트로픽의 Claude 에이전트, 애플의 강화된 Siri까지 —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누가 먼저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파고드느냐가 관건이다.
삼성 입장에서는 하드웨어 차별화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AI 소프트웨어 경험이 새로운 구매 이유가 된다. 구글 입장에서는 Gemini를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깊숙이 심어 넣을 기회다.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협업이다.
한국 소비자에게 뭐가 달라지나
국내 맥락에서 이 기능의 파급력을 가늠하려면, 한국의 앱 의존도를 먼저 봐야 한다. 한국은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카카오T 등 일상을 지배하는 슈퍼앱이 촘촘하게 자리 잡은 시장이다. 이 앱들과 Gemini 자동화가 연동된다면, 사용자 편의는 확실히 올라간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국내 앱들이 얼마나 빨리, 얼마나 깊이 연동될까? 구글의 자동화 기능은 앱 개발사의 협조가 필요하다. 네이버, 카카오 같은 국내 플랫폼들이 외부 AI에 자사 앱의 조작 권한을 넘겨주는 데 적극적일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이들이 자체 AI 에이전트를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
한편 삼성이 이 기능을 갤럭시 S25 울트라에서 먼저 선보인 만큼, 국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반응이 향후 보급형 모델 확대 속도를 결정할 것이다.
편리함의 이면 — 통제권은 누가 갖나
이 기능을 둘러싼 가장 근본적인 긴장은 편리함과 통제권의 교환이다.
AI가 앱을 대신 조작한다는 건, AI가 내 앱 사용 패턴, 주문 내역, 이동 경로를 학습하고 접근한다는 의미다. 지금도 각 앱이 개별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지만, AI 에이전트는 이를 통합적으로 본다. 내가 언제 배달을 시키고,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하나의 시스템이 꿰뚫어 보게 된다.
프라이버시에 민감한 이용자라면 이 지점에서 멈칫할 수 있다. 반면 이미 각종 앱에 위치정보와 결제 정보를 제공하며 살아가는 대부분의 현대인에게, 이 우려는 이미 넘어선 선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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