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통부, AI로 항공·자동차 규제 작성한다
미국 교통부가 구글 제미나이로 30분 만에 규제 초안을 작성하겠다고 발표. AI 환각 현상과 안전 규제의 위험한 만남이 우려된다.
30분. 미국 교통부가 구글의 AI 제미나이를 활용해 항공기, 자동차, 송유관 안전 규제를 작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기존에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리던 규제 제정 과정을 30일로 단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프로퍼블리카의 월요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교통부(DOT)는 연방정부 기관 중 처음으로 AI를 활용해 규제 초안을 작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레고리 저잔 교통부 최고법무책임자는 12월 회의에서 "AI가 완벽할 필요는 없다"며 "속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환각하는 AI가 만드는 안전 규제
문제는 AI의 고질적인 한계다. AI는 그럴듯하지만 틀린 정보를 마치 사실인 양 제시하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을 보인다. 존재하지 않는 판례를 인용하거나 잘못된 통계를 확신에 찬 어조로 제시하는 식이다.
교통부 내부 직원들은 이런 AI 오류를 놓칠 경우 결함 있는 법률이 제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항공기 안전 기준에 오류가 있다면? 자동차 충돌 테스트 규정이 잘못된다면? 그 결과는 소송을 넘어 부상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구글 제미나이는 분명 뛰어난 AI 모델이지만, 생명과 직결된 안전 규제를 30분 만에 작성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 효율성과 안전성 사이의 균형점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규제 혁신인가, 무모한 실험인가
교통부의 시도를 두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먼저 혁신의 관점이다. 미국 연방정부의 규제 제정 과정은 악명높게 느리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도 관련 규제가 나오기까지 몇 년이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AI를 활용해 이 과정을 단축한다면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 더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
반면 위험성도 크다. 교통 안전 규제는 수백만 명의 생명과 직결된다. 항공기 정비 기준, 자동차 안전벨트 규정, 송유관 검사 주기 등은 모두 철저한 검토와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만들어져야 한다. 이런 과정을 AI가 30분 만에 대체할 수 있을까?
다른 연방기관들도 교통부의 실험을 주시하고 있다. 성공한다면 FDA(식품의약품안전청), EPA(환경보호청) 등도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실패한다면? 그 대가는 누가 치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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