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인 남성들이 역차별 신고를 늘리는 이유
EEOC가 백인 남성의 차별 신고를 독려하며 DEI를 역차별로 규정. 직장 내 평등을 둘러싼 새로운 갈등의 시작일까?
안드레아 루카스 미국 고용기회평등위원회(EEOC)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X(구 트위터)에 올린 글은 파격적이었다. "직장에서 인종이나 성별 때문에 차별받은 백인 남성이라면 연방 민권법에 따라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EEOC에 연락하세요."
이달 들어서는 나이키를 백인 직원 차별 혐의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 모든 움직임은 지난해 3월 EEOC가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을 "백인 남성에 대한 잠재적 차별"로 규정한 데서 시작됐다.
이미 존재했던 백인 남성의 차별 신고
하지만 연구 결과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매사추세츠대학교 고용평등센터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EEOC 차별 신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백인 남성들은 이미 상당한 비율의 차별 신고를 하고 있었다.
성차별 신고의 10%, 인종차별 신고의 9%가 백인 남성에 의한 것이었다. 성희롱 신고에서는 더 흥미로운 패턴이 나타났다. 백인 남성이 전체 노동력의 46%를 차지하는데, 성희롱 신고의 11%를 차지했다.
연구진은 EEOC 신고 데이터와 전국 설문조사를 비교 분석한 결과, "차별 경험 비율과 법적 신고 비율이 대체로 일치한다"고 밝혔다. 즉, 백인 남성들도 차별을 경험하면 이미 적극적으로 신고하고 있다는 뜻이다.
차별 신고의 현실적 대가
EEOC에 차별을 신고하는 것은 "고위험, 저수익" 행위다. 백인 남성이 성희롱으로 신고했을 때 어떤 형태든 도움을 받은 비율은 21%에 불과했다. 이는 백인 여성(29%)이나 흑인 여성(23%)보다 낮은 수치다.
더 충격적인 것은 보복의 현실이다. 성희롱으로 신고한 백인 남성의 68%가 직장을 잃었다. 이는 다른 집단과 비슷한 수준이다. 해고뿐만 아니라 상사의 괴롱, 인사부의 감시 강화 등 다양한 형태의 보복이 뒤따른다.
"모든 인구집단에서 차별 신고 후 고용주의 보복과 해고 패턴이 동일하게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백인 남성도 차별 신고 후 다른 집단과 똑같이 가혹한 대우를 받는다는 의미다.
DEI를 둘러싼 새로운 전선
트럼프 행정부가 DEI를 "불법적 차별"로 규정하면서 직장 내 평등을 둘러싼 새로운 갈등이 시작됐다. EEOC가 차별 방지와 포용적 직장 문화 조성 노력을 오히려 "백인 남성에 대한 차별"로 정의한 것이다.
2012년 EEOC가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 차별도 성차별에 포함된다고 판결한 후 관련 신고가 급증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백인 남성의 차별 신고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연구진은 우려를 표한다. "DEI 관행의 불공정성을 이유로 백인 남성의 차별 신고를 독려하는 것은 직장에서의 해고와 보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한국 기업들의 고민
이런 변화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글로벌 기업들이 DEI 정책을 재검토하기 시작하면서, 미국에 진출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 등도 정책 조정을 고려해야 할 상황이다.
특히 미국 현지 법인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변화하는 규제 환경에 맞춰 인사 정책을 재정비해야 한다. DEI 프로그램이 오히려 법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EEOC의 새로운 해석은 한국 기업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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