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반도체 자급자족을 꿈꾸는 이유
FPT와 Viettel의 반도체 협력으로 베트남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전략. 한국 기업들에게 기회일까 위협일까?
베트남 최대 기술기업 FPT와 통신업체 Viettel이 손을 잡았다. 목표는 하나다. 28-32나노미터 AI 엣지 컴퓨팅 칩을 자체 생산해 '베트남산 반도체 밸류체인'을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왜 지금 베트남인가
베트남의 반도체 야심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협력은 시기가 다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는 지금, 베트남은 단순 조립 기지에서 벗어나 기술 강국으로 도약하려 한다.
FPT는 이미 베트남 첫 번째 칩 패키징 및 테스트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Viettel은 통신 인프라 구축으로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칩 설계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의 협력은 베트남 정부의 하이테크 산업 육성 정책과도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28-32나노미터 공정은 최첨단은 아니지만, 여전히 고도의 기술력과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삼성전자나 TSMC 같은 글로벌 파운드리 업체들이 이미 3-5나노미터 공정을 양산하는 상황에서, 베트남의 도전이 얼마나 현실적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한국 기업들의 기회와 위협
베트남의 반도체 자립 시도는 한국 기업들에게 양날의 검이다. 우선 기회 측면을 보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베트남에 이미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베트남 현지 반도체 생태계가 성장하면, 이들 기업의 베트남 사업도 함께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장비와 소재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기회가 클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이 반도체 생산 능력을 키우려면 한국의 반도체 장비와 핵심 소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삼성SDI는 베트남에서 배터리 사업을 확장하고 있고, 반도체 분야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을 의미할 수도 있다. 베트남이 반도체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되면,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의 위치가 상대적으로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중저가 반도체 시장에서는 베트남이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다.
공급망 다변화의 새로운 축
베트남의 반도체 도전은 더 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려 한다. 베트남은 이런 '탈중국' 트렌드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다.
애플이 최근 중국에서 40% 가까운 매출 증가를 기록했지만, 동시에 베트남에서 스마트폰 생산을 늘리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들은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생산 기지는 분산시키려 한다.
베트남 정부도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반도체와 AI를 핵심 기술 분야로 지정하고,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최근 베트남이 아시아에서 가장 '핫한' FDI 목적지로 떠오른 것도 이런 정책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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