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이 불타도 임무는 성공한다
ULA 벌컨 로켓이 또다시 발사 직후 부스터 고장을 겪었지만 궤도 진입에 성공. 우주산업의 신뢰성 패러독스를 보여주는 사건.
16개월 만에 또 같은 고장
목요일 새벽 플로리다에서 발사된 ULA의 벌컨 로켓이 이륙 직후 부스터에서 불꽃을 뿜으며 축을 중심으로 회전했다. 하지만 로켓은 곧 자세를 회복하고 미군 위성들을 궤도에 성공적으로 올려놓았다.
데자뷔였다. 16개월 전인 2024년 10월, 같은 벌컨 로켓이 발사 직후 부스터 노즐 하나를 잃는 고장을 겪었지만 임무를 완수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보잉과 록히드 마틴의 합작사인 ULA는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목요일 발사 영상을 보면 4개 고체연료 부스터 중 하나의 목 부분, 즉 추진제 케이싱과 배기 노즐이 연결되는 지점에서 화염이 분출되는 모습이 포착됐다.
고장 나도 성공하는 로켓의 비밀
벌컨 로켓은 왜 부스터 하나가 고장 나도 임무를 계속할 수 있을까? 답은 여유도(redundancy) 설계에 있다.
벌컨은 메인 엔진 2개와 고체연료 부스터 최대 6개로 구성된다. 이번 발사에서는 4개의 부스터를 사용했는데, 하나가 고장 나도 나머지 3개와 메인 엔진으로 충분한 추력을 확보할 수 있다.
SpaceX의 팰컨9도 비슷한 철학이다. 9개 엔진 중 1-2개가 고장 나도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실제로 2012년과 2016년 엔진 고장에도 불구하고 위성을 궤도에 올린 전례가 있다.
우주산업의 신뢰성 패러독스
하지만 같은 부위의 반복적인 고장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우주산업 전문가들은 벌컨의 고체연료 부스터 설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고체연료 로켓은 한 번 점화되면 끌 수 없다. 따라서 추진제 케이싱과 노즐의 연결부는 극한의 열과 압력을 견뎌야 한다. 이 부위가 두 번 연속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은 재료나 제조 공정에 결함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ULA는 "로켓이 설계대로 작동했다"고 강조한다. 고장 상황에서도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 바로 여유도 설계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경쟁사들의 시선
SpaceX는 이번 사건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벌컨은 팰컨 헤비와 함께 미군의 대형 위성 발사를 놓고 경쟁하는 주요 로켓이다. 연속된 부스터 문제는 SpaceX에게 유리한 카드가 될 수 있다.
유럽의 아리안스페이스나 중국의 우주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신뢰성은 우주발사 시장에서 가격만큼 중요한 요소다. 고객들은 99% 성공률을 요구하는데, 같은 부위의 반복 고장은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한국 우주산업에 주는 교훈
한국도 누리호를 통해 우주발사 역량을 키우고 있다. 벌컨의 사례는 중요한 교훈을 준다.
첫째, 여유도 설계의 중요성이다. 누리호는 4개의 1단 엔진으로 구성되는데, 하나가 고장 나면 임무 실패로 이어진다. 차세대 로켓에서는 엔진 고장에도 견딜 수 있는 설계를 고려해야 한다.
둘째, 반복적인 문제에 대한 근본 원인 분석이다. 우주항공연구원은 누리호의 모든 발사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해 잠재적 결함을 사전에 발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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