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옳은 질문에 대한 틀린 답이다
파이낸셜타임스가 트럼프 재집권을 바라보는 시각. 미국이 던진 질문은 옳았지만, 선택한 답은 과연 맞을까? 경제와 사회 분열의 근본 원인을 짚어본다.
파이낸셜타임스가 던진 한 줄이 미국 정치 지형을 관통한다. "트럼프는 옳은 질문에 대한 틀린 답이다." 2024년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를 바라보는 글로벌 금융계의 시각이 담긴 이 표현은, 단순한 정치적 비판을 넘어서는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미국이 던진 옳은 질문들
미국 유권자들이 던진 질문은 분명 옳았다. 왜 중산층의 실질소득은 20년간 정체되었을까? 왜 제조업 일자리는 해외로 떠났을까? 왜 대학 등록금과 의료비는 천정부지로 치솟았을까? 왜 월스트리트는 번영하는데 메인스트리트는 쇠퇴했을까?
이런 질문들은 2016년과 2024년 두 번의 트럼프 승리를 이끌어낸 원동력이었다. 기존 정치 엘리트들이 외면하거나 피상적으로만 다뤘던 구조적 문제들을 정면으로 제기했다는 점에서, 미국 유권자들의 문제 인식은 정확했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가 지적하는 핵심은 여기서 시작된다. 옳은 질문을 던졌다고 해서 반드시 옳은 답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틀린 답이 가져올 경제적 파장
트럼프의 해법들을 들여다보면 모순이 드러난다.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은 무역 적자 해소를 목표로 하지만, 실제로는 미국 소비자들의 물가 부담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이런 관세 정책이 중산층 가계에 연간 2,600달러의 추가 부담을 안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조업 일자리를 되찾겠다는 약속도 마찬가지다. 관세 장벽으로 국내 제조업을 보호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쟁력 약화와 혁신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 1930년대 스무트-홀리 관세법의 전례가 보여주듯, 보호무역주의는 종종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는다.
사회 분열의 심화, 해법인가 독인가
더 큰 문제는 사회 통합 측면이다. 트럼프의 정치 스타일은 기존 엘리트에 대한 분노를 결집시키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사회 분열을 심화시켰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정치적 양극화는 지난 30년간 지속적으로 악화되었고, 트럼프 시대에 그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이민 문제에 대한 접근도 마찬가지다. 불법 이민으로 인한 임금 하락과 일자리 경쟁 심화는 분명 실존하는 문제다. 하지만 대규모 추방과 국경 장벽 건설이라는 해법은 인도주의적 문제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농업과 서비스업에서 필수적인 노동력 공급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게는 더욱 복잡한 상황이 펼쳐진다.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은 기존의 다자간 무역 체제에 근본적 도전을 가한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같은 한국 기업들은 이미 미국 내 생산 기지 확대를 검토하고 있지만, 이것이 과연 지속 가능한 해법인지는 의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글로벌 무역 분쟁이 세계 경제 성장률을 0.8%포인트 끌어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단순히 숫자가 아니라, 수백만 개의 일자리와 수조 달러의 부가가치 창출 기회가 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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