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도서 금지령, 3년 연속 1위의 진짜 이유
플로리다가 3년 연속 미국 내 도서 금지 1위를 차지한 배경과 '자유를 위한 엄마들' 같은 풀뿌리 조직의 체계적 전략을 분석합니다.
2,300권. 플로리다 주 공립학교 도서관에서 제거되거나 제한된 책의 수다. 미국에서 3년 연속 도서 금지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이다. 하지만 이 숫자 뒤에는 단순한 보수 성향을 넘어선, 훨씬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움직임이 숨어 있다.
작지만 강력한 조직들의 힘
자유를 위한 엄마들(Moms for Liberty). 이름만 들으면 평범한 학부모 모임 같지만, 실제로는 전국 모든 주에 지부를 둔 조직화된 단체다. 특히 플로리다 지부는 론 드산티스 주지사 하에서 도서 금지 제한을 완화하는 법안의 도움을 받으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무기는 '책들의 책(Book of Books)'이라는 문서다. 자체 개발한 콘텐츠 등급 시스템으로 책을 평가하고, 학부모들이 교육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템플릿을 제공한다. 즉석에서 만든 항의가 아니라, 치밀하게 준비된 캠페인인 셈이다.
문제는 이런 도서 이의 제기가 단순한 공개 토론을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 사서들에 대한 괴롭힘, 심지어 살해 위협까지 발생하고 있다. 교육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이들이 정치적 갈등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학교 도서관의 원래 역할
조지아 남서부의 작은 시골 마을 공립도서관에서 경력을 쌓고, 현재 위스콘신에서 정보학을 가르치는 애비게일 필립스 교수는 학교 도서관의 본질적 기능을 강조한다. "학교 도서관은 취약한 학생들을 위한 안식처이자 지원 공간"이라는 것이다.
학교 도서관은 학생들에게 두 가지를 제공해야 한다. 자신의 경험을 반영하는 '거울' 같은 책과,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는 '창문' 같은 책. 사서들은 단순히 책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의 수업을 지원하고, 학생들에게 데이터베이스 활용법을 가르치며, 학교 공동체의 정보 문해력을 키우는 역할을 한다.
플로리다에서는 학교 사서가 되기 위해 학사 학위와 최소 2년의 전문 도서관 경험, 그리고 정규직 도서관 직원으로서의 성공적인 업무 경험이 필요하다.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치와 교육 사이에서
공립도서관과 달리 학교 도서관은 선출되거나 임명된 이사회가 아닌, 교육위원회와 학교 관리자들이 결정한 정책에 따라 운영된다. 이는 지역 예산, 교육위원회 구성원의 변화, 지역 정치가 학교 도서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하지만 학교 사서들이 완전히 무력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사서들이 교육위원회가 승인하는 정책을 작성하거나 최소한 자문 역할을 한다. 미국학교사서협회의 입장문이나 미국도서관협회의 무료 도구 키트 같은 자원도 활용할 수 있다.
필립스 교수가 강조하는 모범 사례는 명확하다. 투명한 장서 개발 정책, 사전적 소통, 그리고 학부모·교육자·지역 관계자로 구성된 상설 위원회의 운영이다. 특히 상설 위원회는 "교육위원회 회의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압력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그들이 반드시 대다수 학부모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어떨까?
미국의 도서 금지 논란을 보며 한국 독자들은 궁금할 것이다. 우리나라 학교 도서관은 어떨까? 한국은 미국과 달리 중앙집권적 교육 시스템을 갖고 있어 지역별 편차가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최근 일부 지역에서 특정 도서에 대한 이의 제기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성교육 관련 도서나 사회적 갈등을 다룬 책들을 둘러싼 논란이 간헐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한국의 높은 교육열을 고려할 때, 미국식 도서 금지 운동이 국내에 유입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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