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당신의 시청 기록을 페이스북에 팔았다면?
미국 대법원이 동영상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건을 심리한다. 스트리밍 시대, 우리의 시청 기록은 얼마나 안전할까?
당신이 어젯밤 본 드라마, 몰래 시청한 로맨스 영화, 새벽에 본 다큐멘터리까지. 만약 이 모든 기록이 당신 모르게 페이스북으로 흘러갔다면?
미국 대법원이 파라마운트가 사용자의 시청 기록을 페이스북에 무단으로 제공했다는 집단소송을 심리하기로 했다. 마이클 살라자르 대 파라마운트 글로벌 사건은 1988년 제정된 동영상 개인정보보호법(VPPA)이 디지털 스트리밍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지를 가릴 핵심 판례가 될 전망이다.
247Sports에서 시작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발단은 단순했다. 살라자르는 2022년 파라마운트가 운영하는 스포츠 사이트 247Sports.com에서 뉴스레터를 구독하며 이메일 주소를 제공했다. 이후 페이스북에 로그인한 상태로 사이트의 동영상을 시청했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파라마운트는 웹사이트에 페이스북 픽셀을 설치해뒀다. 이 작은 코드 조각이 살라자르의 페이스북 ID와 시청한 동영상 정보를 자동으로 페이스북에 전송했다. 두 회사는 이 데이터로 맞춤형 광고를 제작해 수익을 올렸지만, 정작 살라자르는 자신의 정보가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1988년 법이 2024년 기술을 심판하다
핵심 쟁점은 VPPA의 '소비자' 정의다. 이 법은 1987년 로버트 보크 대법관 후보자의 비디오 대여 기록이 언론에 공개된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당시는 블록버스터에서 VHS 테이프를 빌려보던 시대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무료 콘텐츠를 보는 사용자도 '소비자'에 해당하는가? 이메일 주소만 제공하고 돈을 내지 않았어도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가? 이 질문의 답에 따라 넷플릭스, 유튜브, 티빙 같은 모든 스트리밍 플랫폼의 데이터 활용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한국 스트리밍 업계에 미칠 파장
미국 판결이지만 한국 업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쿠팡플레이 등 국내 플랫폼들도 사용자 데이터를 광고 수익화에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무료 콘텐츠로 사용자를 끌어모은 뒤 광고 타겟팅에 활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일반적이다.
만약 미국 대법원이 무료 사용자도 동일한 개인정보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판결한다면, 글로벌 스탠다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개인정보보호법도 강화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더 중요한 건 사용자 인식 변화다. 이미 한국 소비자들의 개인정보 민감도는 높아지고 있다. 2023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8%가 '개인정보 수집에 대해 더 엄격해졌다'고 답했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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