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하는 뇌는 쉬는 게 아니었다
이탈리아 수도원 스님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명상 중 뇌 활동이 휴식 상태보다 훨씬 복잡하고 활발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명상에 대한 기존 통념을 뒤집는 발견이다.
12명의 태국 불교 스님들이 이탈리아 로마 근교 수도원에서 실험실로 향했다. 몬트리올 대학과 이탈리아 국립연구위원회 연구진이 최첨단 뇌 스캔 장비로 스님들의 명상 중 뇌 활동을 관찰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는 우리가 알던 명상에 대한 상식을 완전히 뒤집었다.
마음을 비우는 게 아니라 채우는 것
연구진은 자기공명뇌파측정술(MEG)이라는 정밀한 뇌 스캔 기술로 두 가지 전통적인 명상법을 분석했다. 호흡에 집중해 마음을 안정시키는 사마타 명상과 떠오르는 감정과 생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위빠사나 명상이다.
몬트리올 대학 심리학과 카림 제르비 교수는 "사마타는 손전등 빛을 좁게 모으는 것이고, 위빠사나는 빛을 넓게 퍼뜨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둘 다 주의력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활동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실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명상 중인 뇌의 신호 복잡도가 휴식 상태보다 현저히 높았다. 뇌가 단순히 진정되는 게 아니라 정보가 풍부한 역동적 상태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혼돈과 질서 사이의 절묘한 균형
더 흥미로운 발견은 뇌의 '임계성(criticality)' 변화였다. 통계물리학에서 빌려온 이 개념은 질서와 혼돈 사이의 경계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을 설명한다.
"유연성이 부족한 뇌는 적응을 못하고, 너무 혼란스러우면 간질처럼 오작동을 일으킨다"고 제르비 교수는 설명했다. "임계점에서 신경망은 정보를 안정적으로 전달하면서도 새로운 상황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사마타와 위빠사나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 임계 상태에 접근했다. 위빠사나가 안정성과 유연성의 균형에 더 가까워지는 반면, 사마타는 좀 더 안정적이고 집중된 상태를 만들어냈다.
K-명상 시장이 놓친 진짜 가치
국내 명상 앱 시장은 연 30% 이상 성장하고 있다. 마보, 코끼리, 하루 10분 명상 같은 앱들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대부분 '마음의 평안'이나 '스트레스 해소'에만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명상의 진짜 가치가 다른 곳에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뇌의 정보 처리 능력과 적응력을 높이는 '인지 훈련'으로서의 명상 말이다. 실제로 연구진은 명상이 "작업 전환 능력과 정보 저장 능력을 향상시킨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나 네이버 같은 기업들이 직원 복지 차원에서 도입하는 명상 프로그램도 단순한 힐링을 넘어 업무 효율성 향상 도구로 재평가받을 수 있다.
수험생 학부모가 주목해야 할 이유
한국의 교육열을 고려하면 이 연구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명상이 뇌의 학습과 반응 능력을 최적화한다면, 수험생들에게 새로운 공부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이번 연구는 12명의 숙련된 스님들만을 대상으로 했다. 일반인, 특히 청소년에게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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