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역설, 평화 공약과 군사 개입 사이
평화의 대통령을 자처한 트럼프가 베네수엘라 침공과 이란 압박으로 매파 노선을 걷고 있다. 국내 정치적 파장과 향후 전망을 분석한다.
40% 미만.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침공을 지지하는 미국인의 비율이다. '평화의 대통령'을 자처했던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1월 3일 새벽, 미군을 동원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해 뉴욕으로 압송한 사건은 미국 내에서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약과 현실의 괴리
트럼프는 2016년부터 일관되게 '끝없는 해외 개입을 중단하겠다'고 공약해왔다. 2020년과 2024년 선거에서도 '전쟁을 시작하지 않은 몇 안 되는 현대 미국 지도자' 중 하나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그의 행보는 정반대였다.
지난 두 달 동안만 해도 트럼프는 두 나라를 폭격하고 카리브해에서 여러 선박을 격침시켰다. 6월에 공격했던 이란 근처에는 미 해군력을 집결시키고 있다. 베네수엘라 침공은 이런 매파적 행보의 절정이었다.
로이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베네수엘라 침공에 대해 지지, 반대, 유보 의견이 거의 균등하게 나뉘어 있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트럼프의 반전 공약을 지지했던 일부 공화당원들도 비판하고 나섰다.
강함의 정치학
그렇다면 왜 트럼프는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군사 개입을 계속하는 걸까? 답은 미국 정치의 독특한 역학에 있다.
역사적으로 미국 대통령들의 군사 개입은 그 내용보다는 강함의 이미지가 더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 되어왔다. 1995년 빌 클린턴의 보스니아 개입이 대표적 사례다. 여론조사에서는 60%의 국민이 반대했지만, 클린턴의 외교정책 지지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클린턴의 보좌관 딕 모리스는 당시 "강해 보이기 위해 세르비아를 폭격하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공격이 성공하면서 클린턴은 '결단력 있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클린턴 자신도 나중에 "국민들이 내용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강인함과 결단력은 인정받는다"고 회고했다.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
하지만 군사 개입이 정치적 자산이 되려면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성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로널드 레이건의 1983년 그레나다 침공은 작전 자체는 엉망이었지만 압도적 승리로 끝났고, 레이건의 지지율은 급상승했다. 반면 클린턴의 소말리아 개입은 19명의 미군 사망자를 내며 실패로 끝나자 지지율이 급락했다.
가장 극명한 사례는 아프가니스탄이다. 2014년 이후 미군 사상자는 거의 없었지만 전쟁이 질질 끌리면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했다. 2021년 조 바이든이 철군을 단행했을 때도 결정 자체보다는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하는 모습이 '약한 대통령'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한국에게 던지는 질문
트럼프의 군사적 모험주의는 한국에게도 중요한 함의를 던진다. 베네수엘라 침공의 성공에 고무된 트럼프가 더 큰 작전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란과의 갈등이 격화되면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 중동 진출 기업들에게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 근본적으로는 미국의 일방주의적 군사 개입이 국제법과 다자주의 질서에 미치는 영향이다. 한국처럼 미국과의 동맹에 의존하면서도 국제법 질서를 중시하는 중견국에게는 딜레마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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