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요리하는 시대, 당신의 혀는 여전히 필요할까?
맥코믹은 AI로 10년간 맛을 개발해왔고, 유니레버는 수천 개 레시피를 초 단위로 테스트한다. 하지만 AI 푸드테크 스타트업들이 넘어야 할 벽이 있다.
50조원 규모의 글로벌 AI 푸드 시장이 2030년까지 펼쳐진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정작 음식을 만드는 현장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들려온다.
이미 시작된 AI 키친 혁명
맥코믹은 10년 전부터 AI로 맛을 개발해왔다. 프랭크스 레드핫, 올드 베이 같은 브랜드로 유명한 이 회사는 AI 덕분에 개발 기간을 20-25% 단축했다고 밝혔다. 유망한 맛 조합을 찾아내고, 실제 시제품 테스트에 들어갈 아이디어를 미리 걸러내는 방식이다.
유니레버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의 AI 시스템은 수천 개의 레시피를 초 단위로 디지털 테스트할 수 있다. 크노르 패스트 앤 플레이버풀 페이스트는 기존 개발 시간의 절반만에 완성됐고, 헬만스 이지아웃 스퀴즈 보틀은 AI 모델링으로 수개월의 물리적 실험을 생략할 수 있었다.
"인간의 창의성과 판단이 주도하고, AI는 우리의 영향력을 증폭시키는 도구"라고 유니레버의 안네마리 엘버스 R&D 생태계 책임자는 설명했다.
스타트업들의 야심찬 도전
주카, 저니 푸드, AKA 푸드 같은 스타트업들은 더 나아가려 한다. 이들은 '가상 감각' 플랫폼을 내세우며 물리적 시제품 제작 전에 소비자 반응을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존 테이스트 패널 규모를 줄이고, 실패 위험을 낮추며, 개발 주기를 압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푸드 사이언티스트 브라이언 차우는 "대부분 AI 푸드 스타트업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데이터셋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진짜 업계 파트너 없이는 규모 있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그가 한 플랫폼을 테스트해본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일반적인 AI 시스템에서 나올 법한 결과였다. 기업의 독점 데이터 없이는 별다른 부가가치가 없었다."
혀가 이기는 이유
UC 데이비스의 줄리앙 들라뤼 교수는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한다. "복잡한 화합물 혼합체를 사람들이 어떻게 인지할지 예측하는 것? 답은 '불가능'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의 감각은 본질적으로 가변적이다. 같은 화학 성분도 유전자, 문화, 경험, 개인사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인지된다. "평균적인 소비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들라뤼 교수의 진단이다.
AKA 푸드의 데이비드 색 창립자도 이를 인정한다. "우리 플랫폼은 푸드 사이언티스트나 감각 전문가를 대체하지 않는다. 최종적으로는 인간이 목표와 제약, 성공 기준을 정의한다."
한국 기업들의 선택은?
CJ제일제당, 농심, 오뚜기 같은 국내 식품 대기업들은 어떤 길을 택할까? 이미 삼성과 LG는 AI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고, 네이버와 카카오는 데이터 분석 노하우가 풍부하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의 까다로운 입맛은 별개 문제다. 김치, 된장, 고추장처럼 발효 식품이 많고, 지역별 미묘한 맛 차이에 민감한 한국 시장에서 AI가 얼마나 통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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