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머의 베이징 방문, 다극화 시대 영국의 새로운 게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베이징을 방문해 '미중 선택 거부' 메시지를 전했다. 지정학적 분열을 수익화하려는 영국의 전략이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주는 의미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이번 주 베이징에 도착하며 워싱턴을 당황시키고 글로벌 자본을 흥미롭게 만들 메시지를 들고 왔다. "영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하지 않겠다." 투자자들은 이 한 줄을 전략 선언문으로 읽어야 한다.
영국이 다가오는 지정학적 분열의 시대를 수익화하려 시도하고 있다는 신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스타머는 오히려 이 틈새를 기회로 보고 있다.
워싱턴이 불편한 이유
스타머의 베이징 방문은 단순한 외교 일정이 아니다. 미국이 중국과의 경제적 디커플링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영국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영국 정부는 중국과의 무역 관계 확대를 공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850억 달러 규모의 양국 간 연간 교역량을 더욱 늘리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는 미국의 '친구끼리 거래하기(friend-shoring)' 전략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보다.
특히 주목할 점은 타이밍이다. 트럼프가 중국에 대한 60% 관세를 위협하는 시점에서 영국이 베이징으로 향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영국은 미중 갈등이 심화될수록 자신들의 중간자 역할이 더욱 가치 있어질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다극화 시대의 새로운 전략
영국의 이런 행보는 냉전 시대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난 새로운 지정학적 현실을 반영한다. 더 이상 '우리 편 아니면 적'의 논리가 통하지 않는 세상에서, 영국은 실용주의를 선택했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영국은 자신을 글로벌 금융 허브이자 중립적 중재자로 포지셔닝하려 한다. 미중 갈등 속에서 양쪽 모두와 거래할 수 있는 유일한 서방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이다.
런던 시티의 금융가들은 이미 이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유럽 진출 관문 역할을 하면서도, 미국 자본에게는 아시아 시장 접근의 안전한 경로를 제공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국에게 주는 시사점
영국의 이런 전략은 한국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한국 역시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한국 기업들은 이미 이 딜레마를 경험하고 있다. 중국 시장 없이는 성장이 어렵지만, 미국의 반도체 규제를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영국의 사례는 '제3의 길'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완전한 중립은 아니더라도, 양쪽 모두와 건설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리스크와 기회의 경계선
물론 영국의 전략에는 상당한 리스크가 따른다. 미국의 압박이 거세질 수 있고, 중국 역시 영국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양쪽 모두에게서 의심받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각에서 보면, 영국의 이런 포지셔닝은 새로운 기회를 의미한다. 분열되는 세계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와 기업들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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