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은행들의 디지털 유로 도전장, 달러 독점 깨뜨릴까
BBVA 등 12개 유럽 주요 은행이 유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해 뭉쳤다. 300조원 규모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달러 독점 체제에 균열이 생길까?
300조원 규모의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달러가 95% 이상을 차지하는 가운데, 유럽 은행들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스페인 2위 은행 BBVA가 유럽연합(EU) 주요 은행들의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 Qivalis에 합류했다고 4일 발표했다. 8000억 달러 자산 규모의 BBVA가 참여하면서 이 프로젝트에는 BNP파리바, ING, 유니크레디트 등 총 12개 유럽 주요 은행이 모였다.
달러 독점 vs 유로 도전
현재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판도는 극명하다. 엘살바도르 기반 테더의 USDT가 1850억 달러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뉴욕 기반 서클의 USDC가 700억 달러로 뒤를 잇는다. 반면 유로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시가총액은 8억 6000만 달러에 불과하다.
Qivalis의 목표는 단순하다. 유럽 기업과 소비자들이 블록체인 기반 결제와 정산을 할 때 달러가 아닌 유로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현재는 유럽 내 거래에서도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써야 하는 기형적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은행 간 협력이 미래 금융 모델 진화를 지원하는 공통 표준을 만드는 핵심"이라고 BBVA CIB의 알리시아 페르투사 파트너십 혁신 책임자는 밝혔다.
규제 vs 혁신의 줄타기
Qivalis는 현재 네덜란드 중앙은행으로부터 전자화폐기관 인가를 받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EU의 디지털 자산 규제 프레임워크 MiCA 하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려면 필수 단계다.
이는 규제 밖에서 성장한 기존 스테이블코인들과는 다른 접근법이다. 테더나 서클 같은 기업들이 빠른 성장을 통해 시장을 선점한 반면, 유럽 은행들은 규제 준수를 우선시하며 '안전한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프로젝트는 2026년 하반기 토큰 출시를 목표로 한다. 코인베이스 독일 전 임원 출신인 얀-올리버 젤 Qivalis CEO는 "유럽 은행 기관들이 은행이 제공하는 신뢰를 바탕으로 유럽 온체인 결제 생태계를 공동 개발하려는 의지가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에 미치는 파장
유럽의 움직임은 한국 금융업계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현재 한국은 디지털 자산 규제 정비에 한창이지만, 은행들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신한은행, KB국민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들이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적극적이지만, 직접적인 스테이블코인 발행보다는 기존 시스템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럽 은행들의 성공 여부에 따라 국내 금융권의 전략도 달라질 수 있다.
또한 한국 기업들의 유럽 진출 시 결제 수단 다양화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해외 거래에서 달러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유로 스테이블코인이 안정적으로 정착한다면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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