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50만 불법체류자에 합법 지위 부여 결정
스페인이 유럽 내 독특한 행보로 50만 명 불법체류자에게 합법 지위를 부여한다. 경제 성장과 인권 사이에서 유럽이 마주한 선택지는?
50만 명. 스페인이 한 번에 합법 지위를 부여하기로 한 불법체류자의 규모다. 유럽 전역이 이민자 유입을 막는 데 골몰하는 가운데, 스페인은 정반대 길을 택했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주 대규모 불법체류자 합법화 계획을 발표했다. 범죄 기록이 없고 2025년 12월 31일 이전부터 최소 5개월 이상 스페인에 거주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외국인이 대상이다.
엘마 사이스 스페인 사회보장·이민부 장관은 "우리나라에 역사적인 날"이라며 "인권, 통합, 공존에 기반하고 경제성장과 사회결속에도 부합하는 이민 모델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숫자로 보는 스페인의 변화
스페인 내 불법체류자 수는 급격히 증가했다. 보수 싱크탱크 푼카스에 따르면 2017년 10만 7409명에서 2025년 83만 7938명으로 8배 늘었다. 대부분은 콜롬비아, 페루, 온두라스 출신이다.
이는 스페인 경제 호조와 무관하지 않다. 스페인은 최근 몇 년간 다른 주요 EU 국가들을 앞지르며 2025년 약 3%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랜 고질병이던 실업률도 2008년 이후 처음으로 10% 아래로 떨어졌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이민자들이 스페인에 "부, 발전, 번영"을 가져다준다며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기여를 강조해왔다.
유럽 내 고립된 목소리
스페인의 결정은 유럽 내에서 이례적이다. 독일이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프랑스가 이민법을 더욱 엄격하게 만드는 상황에서 스페인만 문을 활짝 열었다.
극좌 정당 포데모스의 전 장관 이레네 몬테로는 "권리를 제공하는 것이 인종차별에 대한 답"이라며 이번 조치를 지지했다. 약 70만 명이 서명한 시민입법안이 국회에서 계류 중이던 상황에서 정부가 왕령으로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보수 야당 국민당의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호는 "끌어당김 효과를 증가시키고 공공서비스를 압박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극우 정당 복스는 "우리의 정체성을 공격하는 것"이라며 대법원에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20년 만의 대규모 합법화
스페인의 이번 조치는 20년 만의 대규모 이민자 합법화다. 1986년부터 2005년까지 사회주의 정부와 보수 정부가 번갈아 실시한 여러 합법화 조치로 약 50만 명이 합법 지위를 얻었다.
4월부터 신청을 받아 6월 말까지 진행되는 이번 조치는 1년짜리 거주허가를 부여하며, 이후 연장이 가능하다. 비교적 간단한 절차로 많은 사람들의 삶이 바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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