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전통제권, 넘겨야 할 마지막 문턱
전작권 전환이 단순한 지휘권 이양이 아닌 한미동맹의 구조적 재편임을 4부작 시리즈 최종편이 논증한다. 한국이 주도하는 방위, 미국이 제공하는 전략 지원이라는 새로운 방정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짚는다.
70년 된 동맹 구조를 바꾸는 데 드는 비용은 얼마인가. 반대로, 바꾸지 않는 데 드는 비용은?
2026년 5월 11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회담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동맹 현대화를 핵심 의제로 재확인했다. 선언 자체는 새롭지 않다. 한미 양국은 수십 년째 이 주제를 반복해왔다. 그러나 이번 논의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전환의 당위성이 아니라 전환 이후의 구조를 구체적으로 설계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있다.
현상 유지는 전략이 아니다
현재 구조, 즉 한미연합사령부(CFC) 체제는 70년 이상 검증된 시스템이다. 양측 모두 자신의 역할을 알고 있고, 절차는 깊이 제도화되어 있다. 변화는 마찰을 낳고, 마찰은 위험을 낳는다. 현상 유지를 선택할 이유는 충분하다.
하지만 이 시리즈가 제기하는 핵심 논지는 이렇다. 현상 유지는 전략이 아니라, 구조적 표류가 동맹의 미래를 결정하도록 내버려 두는 선택이라는 것. 전환을 늦추는 것조차 비용이 따른다. 한국은 군사력 건설을 중심으로 형성된 국가적 모멘텀을 잃게 되고, 역설적으로 북한·중국·러시아에게 이익을 안겨줄 수 있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수준의 군대' 건설이라는 장기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러시아는 평양과의 방위 협력을 심화하고 있다. 이 세 나라가 전작권 전환의 필요성을 한미 동맹 당사자들보다 더 설득력 있게 입증하는 상황이 오기 전에 움직여야 한다는 논리다.
전환 이후의 동맹은 어떤 모습인가
미래연합사령부(F-CFC) 체제에서 한국은 재래식 방어를 주도하고, 미국은 핵 억제력과 전략 자산을 제공한다. F-CFC는 이 두 기여가 하나의 일관된 구조로 연결되는 통합 허브가 된다.
한국 합참은 전구 수준의 작전을 기획·실행하는 제도적 중심으로 기능하고, 한국전략사령부는 3축 체계를 통합하는 독립 억제 아키텍처의 핵심이 된다. 핵협의그룹(NCG)의 확장억제 지침은 이 구조 안에서 '협의'에서 '실질적 통합'으로 격상될 수 있다. 이 수준의 군사 통합은 현재 구조 안에서는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시리즈의 일관된 주장이다.
평시부터 전시까지 끊김 없는 한국군 지휘권은 적이 활용할 수 있는 전환 공백을 제거한다. 북한의 도발에 초 단위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된다는 의미다.
동맹의 지리적 경계가 달라진다
전작권 전환이 갖는 더 넓은 함의는 한반도 밖에 있다. 동아시아 안보는 오랫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한 허브-앤-스포크 구조, 즉 한국·일본·호주 등이 각각 워싱턴과 양자 관계를 유지하되 서로 간의 직접 조율은 제한적인 형태로 운영되어 왔다. 그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한국이 전작권을 행사하게 되면, 미국에게는 전략적 유연성이 생긴다.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고정된 억제 존재로 묶이는 역할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AI 기반 유·무인 복합 전력, 우주·사이버 역량, 정밀 타격 능력은 미국에서 한국으로의 일방향 기술 이전을 넘어, 양방향 기술 파트너십의 토대가 된다. 한국의 조선 능력이 미 해군의 정비·수리·수선(MRO) 작전을 지원하는 것은 동맹의 부가 이익이 아니라, 파트너십이 양측 모두에게 불가결한 이유가 되고 있다.
핵추진 잠수함 프로그램(한국)과 핵탑재 해상발사 순항미사일 SLCM-N(미국)은 모두 개발 중이며 정책 논의가 진행 중인 사안이지만, 동아시아 동맹국들을 잇는 물질적 연결고리가 될 잠재력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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