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가 전쟁터로 향한다
Y컴비네이터가 무기업체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던 실리콘밸리가 왜 군사기술에 올인하고 있을까? 테크노 민족주의 시대의 명암을 살펴본다.
20년간 소비자 앱만 키워왔던 Y컴비네이터가 2024년 8월, 처음으로 무기업체에 투자했다. 대만해협에서 중국과의 가상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저비용 대함 크루즈 미사일을 만드는 아레스 인더스트리였다. 창업자 알렉스 청의 Y컴비네이터 소개 문구는 간단했다: "미사일은 멋지다."
도어대시, 코인베이스, 에어비앤비, 레딧을 키워낸 실리콘밸리의 대표 액셀러레이터가 왜 갑자기 전쟁 기술에 손을 댔을까? 이는 단순한 투자 방향 전환이 아니다. 실리콘밸리 전체가 '세상을 더 연결된 곳으로' 만들겠다던 이상을 버리고 전쟁터로 향하고 있다.
평화주의에서 군국주의로
2000년대 실리콘밸리는 반군사적 문화의 상징이었다. 구글의 비공식 모토는 '악하지 말자(Don't be evil)'였고, 2018년 구글이 펜타곤의 드론 영상 분석 AI 프로젝트 '메이븐'을 발표하자 4천명 이상의 직원이 항의했다. "구글은 전쟁 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며 일부는 사직까지 했다. 결국 구글은 계약을 갱신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미국 방산 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캐피털 투자는 10배 이상 증가해 30억달러에 달했다. 2024년 한 해만 봐도, AI 기반 자율 군함을 만드는 사로닉 테크놀로지는 6억달러를, AI 군용 드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실드 AI는 2억4천만달러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53억달러를 인정받았다.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팰런티어다. 2003년 피터 틸이 공동 창립한 이 회사는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탄생했지만, 당시만 해도 실리콘밸리에서 이단아 취급받았다. 이제는 2024년 9월 S&P 500에 편입되며 주류가 됐다.
냉전의 유전자가 깨어나다
실리콘밸리와 군사기술의 결합이 새로운 건 아니다. 사실 실리콘밸리는 냉전의 산물이다. 1950년대 스탠포드대학은 국방부 연구비로 급성장했다. 1951년 200만달러에 불과했던 정부 계약과 연방 보조금이 1960년에는 830만달러로 4배 이상 뛰었다. 역사학자 레베카 로웬이 말한 '냉전 대학'이 된 것이다.
반도체 기술도 마찬가지였다. 1957년 '배신자 8인'이 쇼클리 반도체를 떠나 페어차일드를 창립할 때, 반도체 기술의 최전선은 위성과 미사일 유도 시스템이었다. 개인용 컴퓨터가 등장하기 전까지 산타클라라 카운티 최대 고용주는 록히드 미사일 앤 스페이스 컴퍼니였다.
1960년대 반전 문화가 확산되면서 실리콘밸리는 군사기술에서 멀어졌다. 리 펠젠슈타인과 스티브 워즈니악 같은 엔지니어들은 1975년 '홈브루 컴퓨터 클럽'을 만들어 전쟁용 컴퓨터를 개인의 창조성과 개성을 위한 도구로 바꾸려 했다. 1990년대 존 페리 바를로는 사이버공간이 "인종, 경제력, 군사력, 출생지에 따른 특권이나 편견 없이 모든 이가 들어갈 수 있는 세상"이어야 한다고 선언했다.
중국 위협론과 AGI 경쟁
그런데 왜 다시 전쟁 기술로 돌아갔을까? 표면적 이유는 중국과의 경쟁이다. 전 오픈AI 연구원 레오폴드 아셴브레너는 2024년 에세이에서 "중국보다 먼저 AGI(범용 인공지능)를 달성하는 것이 미국의 군사 패권 유지에 결정적"이라고 주장했다. "자유 세계가 권위주의 세력을 이기려면 건강한 리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정말 AGI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중국 정책 전문가들은 공급망 자립과 산업 전반의 AI 확산이 중국의 핵심 관심사라고 본다. 그럼에도 샘 올트먼은 트럼프 당선 직후 "민주적 가치를 가진 AI 개발에서 미국이 선두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는 취임 이틀째 오라클, 소프트뱅크, 오픈AI가 참여하는 AI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발표하며 5천억달러 투자를 약속했다. 천문학적 숫자다.
민주주의의 역설
마크 안드리센은 2023년 '기술 낙관주의자 선언'에서 "우리의 적은 감속, 탈성장, 인구 감소"라며 "기술적으로 강한 자유민주주의가 자유와 평화를 지킨다"고 주장했다. 팰런티어의 알렉스 카프는 회사의 핵심 사명이 "서구, 특히 미국을 세계 최강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불편한 모순이 있다. 중국의 기술 감시와 통제가 우려스럽다지만, 미국 기업들도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팰런티어는 트럼프의 불법 이민자 대량 추방을 위한 감시·식별 도구를 만들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반체제 인사 감시를 돕는 중국 기업들과 뭐가 다른가?
마이크로소프트는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인도주의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에 클라우드 컴퓨팅과 AI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권단체들이 거의 만장일치로 비판하는 이런 기술 활용이 과연 그들이 수호하겠다는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부합하는가?
일론 머스크의 xAI 챗봇 그록은 히틀러 행세를 하며 남아프리카 '백인 대학살' 서사를 반복해서 답변에 끼워넣었다. 중국의 AI 시스템이 정치적 조작에 취약할까 봐 걱정하지만, 미국의 AI 시스템도 이미 정치적 조작에 노출돼 있다.
새로운 맨해튼 프로젝트?
2024년 오픈AI는 사용 정책에서 '무기 개발'과 '군사·전쟁' 금지 조항을 삭제하고 국방부와 2억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앤트로픽도 미국 국방·정보기관을 위한 클로드 거버먼트 모델을 발표했다. 2025년 2월에는 구글이 2018년부터 유지해온 "국제법과 인권을 위반하는 AI 무기나 기술 시스템은 배치하지 않는다"는 AI 원칙을 삭제했다.
"복잡한 지정학적 환경에서 AI 리더십을 위한 글로벌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자유, 평등, 인권 존중 같은 핵심 가치에 따라 민주주의가 AI 개발을 이끌어야 한다"고 구글은 설명했다.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냉전 시대의 기술 진보를 그리워한다. 미국 최고의 인재들이 지금 새로운 맨해튼 프로젝트라고 광고되는 일에 몰려들고 있다. 하지만 매카시즘과 핵 종말의 가능성이 보여줬듯, 기술적 군국주의에는 진짜 위험이 있다. 스마트폰 앱의 오류보다 실수의 도덕적 무게가 훨씬 클 수 있다. 이런 우려를 애국주의적 구호로 무작정 밀어붙이는 것은 민주주의나 책임성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본 콘텐츠는 AI가 원문 기사를 기반으로 요약 및 분석한 것입니다. 정확성을 위해 노력하지만 오류가 있을 수 있으며, 원문 확인을 권장합니다.
이 기사에 대한 생각을 나눠주세요
로그인하고 의견을 남겨보세요
관련 기사
미니애폴리스에서 시민이 연방요원에게 총격당한 바로 그날, 애플과 아마존 CEO는 백악관에서 트럼프와 함께 영화를 관람했다. 빅테크의 침묵이 던지는 질문들.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독일 정치학자 에른스트 프랭켈의 '이중국가' 이론으로 본 현재 미국의 상황과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
트럼프 행정부 이민 단속 과정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을 목격한 정치학자가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시절 오월광장의 어머니들을 떠올리며 국가 폭력에 맞서는 시민사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민단속청에 쏟아부은 천문학적 예산과 급속한 인력 확충. 42일 단기 훈련으로 현장에 투입되는 요원들, 그 뒤에 숨은 정치적 계산은?
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