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도 반도체도 멈출 수 있다 — 헬륨 위기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세계 최대 액화 헬륨 생산국 카타르의 공급이 차질을 빚으며 반도체·의료 장비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헬륨 가격은 분쟁 이후 두 배로 급등했다.
"올해 MRI가 필요한 분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미국 미주리대학교 바이러스학자 마크 존슨 교수가 소셜미디어에 남긴 이 한 줄은, 중동 분쟁이 우리 일상에 얼마나 깊숙이 파고들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원유도 아니고, 곡물도 아니다. 이번엔 헬륨이다.
카타르가 멈추자, 세계가 흔들렸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격을 개시하면서 중동 분쟁이 본격화됐다. 이란은 중동 전역의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한 보복 공격으로 맞섰다. 그 여파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먼저 나타났다. 세계 최대 액화 헬륨 생산국인 카타르의 공급이 사실상 중단된 것이다.
피치 레이팅스 서울 법인의 기업 신용 담당 이사 셸리 장은 3월 27일 "분쟁이 시작된 이후 헬륨 가격이 약 두 배 수준으로 올랐다"고 밝혔다. 존슨 교수는 자신이 속한 대학 연구소가 올해 헬륨 공급량을 최소 절반 이상 줄인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헬륨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의 부산물로 얻어진다. 카타르는 세계 최대 LNG 수출국이자 액화 헬륨의 핵심 공급원이다. 분쟁으로 이 공급망이 끊기자, 반도체·항공우주·의료 산업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
왜 헬륨은 '비축'이 안 되는가
헬륨이 다른 원자재와 근본적으로 다른 이유가 있다. 원유는 탱크에 저장하고, 곡물은 창고에 쌓아둘 수 있다. 하지만 액화 헬륨은 그럴 수 없다. 운반 가능한 시간은 약 45일에 불과하며, 그 안에 지속적으로 기화(boil-off)가 일어난다. 장기 비축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물질이다.
이 말은 곧, 공급이 끊기면 대체재를 찾을 시간이 극히 짧다는 의미다. 수요는 당장 존재하는데, 재고로 버틸 여유가 없다.
의료 분야가 특히 취약하다. MRI 기기는 초전도 자석을 냉각하기 위해 액화 헬륨을 필수적으로 사용한다. 헬륨 없이는 MRI가 작동하지 않는다. 병원들이 검사 일정을 조정하거나 일부 장비 가동을 멈춰야 하는 상황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반도체 산업도 마찬가지다. 헬륨은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냉각재이자 불활성 가스로 쓰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초정밀 공정을 운영하는 기업들에게 헬륨 공급 차질은 생산 일정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은 세계 반도체 생산의 핵심 거점인 만큼, 이 위기가 남의 일이 아니다.
누가 어떻게 보고 있나
산업계는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러시아, 알제리 등 대체 공급원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카타르의 생산 규모를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의료계는 더 직접적인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단순한 가격 상승 문제가 아니라, 환자 진단이 지연되거나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암 진단, 뇌·척추 이상 판별 등 MRI가 필수적인 분야에서 피해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정책 입안자들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이번 사태는 에너지 안보 논의를 '석유·가스'에서 희소 산업 가스로 확장해야 한다는 신호로 읽힌다. 한국 정부도 반도체 공급망 다변화를 논의해 왔지만, 헬륨처럼 구체적인 소재 단위의 비상 계획은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 사회의 시각에서 보면, 이번 사태는 중동 분쟁이 단순히 지역 안보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첨단 산업의 공급망 리스크와 직결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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