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를 '캐릭터'로 보기 시작했다
미디어 비평가 메건 가버의 신간 《스크린 피플》은 인터넷 문화가 어떻게 우리를 서로의 구경꾼으로 만들었는지 분석한다. 외로움, 불신, 냉소의 뿌리를 파헤친다.
당신은 오늘 몇 명의 사람을 '봤는가'. 그리고 그 중 몇 명을 진짜 '사람'으로 느꼈는가.
스크롤을 내리다 마주친 얼굴들, 댓글창에서 싸우는 익명들, 쇼츠 영상 속 웃고 우는 누군가. 우리는 매일 수백, 수천 명을 '소비'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들은 사람이 아니라 콘텐츠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The Atlantic의 스태프 라이터 메건 가버(Megan Garber)는 신간 《Screen People: How We Entertained Ourselves Into a State of Emergency》에서 바로 이 감각의 변화를 정면으로 다룬다. 오는 5월 6일, 그는 The Atlantic의 편집장 에이드리엔 라프랑스(Adrienne LaFrance)와 대담을 열고 책의 핵심 주장을 공개 논의할 예정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서로를 '출연자'로 봤을까
가버의 주장은 단순하지만 불편하다. 오늘날 인터넷 문화는 우리가 서로를 사람이 아닌 쇼의 등장인물로 인식하도록 조건화했다는 것이다. 플랫폼은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됐다. 좋아요, 조회수, 공유 수. 사람의 가치가 수치로 환산되고, 그 수치가 다시 우리의 시선을 결정한다.
이건 단순한 '스마트폰 중독' 담론이 아니다. 가버가 지적하는 건 더 구조적인 문제다. 디지털 플랫폼이 오락의 문법을 우리의 현실 인식에 이식했다는 것. 뉴스도, 정치도, 심지어 지인의 일상도 우리는 '콘텐츠'로 소비한다. 그리고 그 소비 방식이 외로움, 우울, 불신, 가짜뉴스, 냉소라는 만성적 사회 문제의 뿌리가 됐다고 그는 진단한다.
타이밍이 예사롭지 않다. 2025년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20% 이상이 '심각한 외로움'을 호소한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4년 보고서는 20~30대 청년층의 36%가 만성적 고독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연결은 더 쉬워졌는데, 외로움은 더 깊어졌다. 이 역설이 가버의 책이 던지는 핵심 질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이 문제는 더 날카롭다
한국은 이 현상의 최전선에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폰 보급률, 유튜브·인스타그램·틱톡에 더해 네이버 블로그, 카카오스토리, 아프리카TV까지. 우리는 아마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스크린 속 사람들'을 소비하는 사회 중 하나다.
특히 한국의 '관종 문화'와 '인싸/아싸' 구도는 가버의 논지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주목받는 자와 구경하는 자의 이분법. 인플루언서가 되거나, 그들을 소비하거나. 학교 현장에서도 이 문법은 작동한다. 아이들은 친구를 사귀는 것과 팔로워를 모으는 것을 점점 구분하지 못한다. 교육 현장의 교사들이 가장 먼저 감지한 변화다.
반론도 있다. 디지털 연결이 오히려 고립된 개인에게 공동체를 만들어줬다는 시각이다. 희귀 질환 환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지방 거주 청소년들이 찾은 또래 집단. 스크린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연결들이다. 기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플랫폼의 설계 철학이 문제라는 반론은 가버도 완전히 부정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싸우는' 방법은 무엇인가
가버는 이 현상에 '맞서 싸울 수 있다'고 말한다. 5월 6일 대담에서 구체적인 방법론이 논의될 예정이지만, 그 방향은 이미 책 제목이 암시한다. '비상 상태'를 인식하는 것 자체가 첫걸음이다.
정책적 차원에서도 움직임이 있다. 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은 플랫폼의 알고리즘 설계에 책임을 묻기 시작했고, 한국도 2024년 온라인플랫폼법 논의를 재개했다. 하지만 법이 사람의 인식 방식을 바꿀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개인의 차원에서는 더 오래된 질문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오늘 내가 '본' 사람 중, 나는 몇 명의 이름을 기억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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