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를 피하면 후티가 기다린다
사우디아라비아 동서 파이프라인이 호르무즈 해협 우회로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대안 항로에는 후티 공격이라는 새로운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한국 에너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한국이 하루에 수입하는 원유는 약 270만 배럴. 그 중 70%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이란이 해협 봉쇄를 위협할 때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는 긴장한다. 그런데 이 병목을 피할 수 있는 대안이 존재한다. 문제는, 그 대안이 또 다른 전쟁터라는 점이다.
사우디의 숨겨진 동맥
사우디아라비아는 페르시아만 동쪽 아브카이크에서 홍해 연안 얀부까지 이어지는 1,200km 길이의 동서 원유 파이프라인(East-West Crude Oil Pipeline, 일명 '페트로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하루 최대 처리 용량은 500만 배럴. 이론적으로는 사우디 전체 수출 물량의 상당 부분을 호르무즈를 거치지 않고 홍해로 직접 내보낼 수 있다.
이 파이프라인은 1981년 완공됐다. 이란-이라크 전쟁이 한창이던 시절, 호르무즈 봉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건설된 전략 인프라다. 실제로 2019년 이란의 위협이 고조됐을 때, 그리고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지정학적 불안이 커질 때마다 이 파이프라인의 존재가 재조명됐다.
현재 이 루트를 이용하는 선박들은 홍해를 통해 수에즈 운하로 빠져나가거나,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유럽과 아시아로 향한다. 호르무즈를 건너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분명한 장점이 있다.
피했더니 또 다른 위험이
그러나 2023년 10월 이후, 홍해는 새로운 위험지대가 됐다. 예멘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명분으로 홍해를 지나는 선박들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드론, 미사일, 심지어 수상 자폭보트까지 동원된 공격은 2023년 11월부터 2025년 초까지 200건 이상 기록됐다.
그 결과는 수치로 확인된다. 홍해를 통과하는 컨테이너 물동량은 최대 70% 급감했다. 머스크, CMA CGM, 하팍로이드 등 주요 해운사들은 일제히 희망봉 우회 항로로 전환했다. 이 우회는 항로 거리를 약 3,500해리 늘리고, 운항 시간을 10일 이상 연장하며, 연료비와 보험료를 대폭 높인다.
원유 탱커의 경우 사정이 더 복잡하다. 사우디 파이프라인을 이용해 얀부에서 원유를 실은 선박은 결국 홍해를 지나야 한다. 호르무즈의 위험을 피했지만, 후티의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어느 쪽이 더 위험한가는 시기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 에너지 안보와의 연결고리
한국은 이 문제에서 방관자가 아니다. 한국석유공사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원유 수입 중 사우디아라비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 중동 전체로는 70%를 넘는다. 호르무즈든 홍해든 중동발 원유 수송 루트가 흔들리면 한국 경제 전체가 흔들린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 논의가 활발해졌지만, 중동 의존도는 크게 줄지 않았다. 현대오일뱅크,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사들은 중동산 원유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원유 운송 비용이 오르면 정제 마진이 줄고, 이는 결국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에 반영된다.
전쟁 보험료(War Risk Premium)도 무시할 수 없다. 홍해 리스크가 고조된 2024년 초, 일부 선박의 전쟁 보험료는 평시 대비 10배 이상 급등했다. 이 비용은 결국 화물 운임에 전가되고, 소비자 가격에 녹아든다.
지정학의 역설: 대안이 없는 대안
사우디 파이프라인이 완전한 해결책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구조적이다. 첫째, 파이프라인 종착점인 얀부에서 짐을 실은 선박은 여전히 홍해를 통과해야 한다. 둘째, 파이프라인 자체도 테러나 군사 공격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2019년 후티는 드론으로 사우디 석유 시설을 공격해 하루 570만 배럴 생산을 일시 중단시킨 전례가 있다.
셋째, 용량의 문제다. 파이프라인의 하루 처리 용량 500만 배럴은 인상적이지만, 전 세계 원유 수요가 하루 1억 배럴을 넘는 상황에서 이 파이프라인 하나가 지정학적 위기를 완충하기엔 역부족이다.
결국 세계는 두 개의 위험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이란의 위협이 지배하는 호르무즈, 그리고 후티가 장악한 홍해. 어느 쪽도 '안전한' 선택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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