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사랑 이야기에 굶주렸나
넷플릭스 드라마부터 음악까지, 대중문화에서 로맨스가 사라지고 있다. 로맨스 소설은 역대 최고 판매를 기록하는데 왜 영화와 드라마는 사랑 이야기를 외면하는가. 이 괴리가 우리 사회에 말해주는 것.
2000년에는 영화 세 편 중 하나가 로맨스였다. 2024년에는 열 편 중 하나도 안 된다.
숫자만 보면 단순한 장르 유행의 변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같은 기간, 로맨스 소설은 5,100만 부가 팔렸다—전년 대비 24% 증가다. 사람들이 사랑 이야기를 원하지 않는 게 아니다. 스크린이 사랑 이야기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이 괴리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스크린에서 사라진 것들
넷플릭스 신작 미니시리즈 Vladimir는 기대를 모았다. Rachel Weisz가 젊은 동료에게 성적으로 집착하는 영문학 교수를 연기하고, 상대역은 Leo Woodall이 맡았다. 두 배우의 조합이라면 최소한의 화학반응은 보장될 것 같았다. 하지만 실제로 나온 것은 욕망의 클로즈업—남자의 종아리, 목의 주름, 싸구려 은목걸이—이 반복되는 장면들이었다. 실제 끌림이 아니라 노화와 지위 하락에 대한 불안을 잘생긴 남자에게 투사하는 이야기였다.
Wuthering Heights 리메이크도, Love Story(카롤린 베셋과 존 F. 케네디 주니어의 관계를 다룬 FX 미니시리즈)도 비슷했다. 불꽃 튀는 로맨스를 약속했지만, 결국 시대적 미학이나 비극적 서사에 더 집중했다. 평론가들이 꼽은 2025년 최고의 밀당 서사는 아이러니하게도 Naked Gun 홍보 투어 중 Liam Neeson과 Pamela Anderson 사이의 실제 플러팅이었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 이후 히트 러브송의 수는 꾸준히 감소했다. 요즘 아티스트들은 섹스, 돈, 정신 건강, 자아실현에 대해 쓴다. 그런데 2025년 최고 성적을 낸 다섯 곡 중 네 곡이 발라드였다—Lady Gaga와 Bruno Mars의 "Die With a Smile", Kendrick Lamar와 SZA의 "Luther", Teddy Swims의 "Lose Control", Billie Eilish의 "Birds of a Feather". 만드는 쪽은 로맨스를 외면하지만, 듣는 쪽은 여전히 그것을 원한다.
예외가 증명하는 법칙
그 굶주림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준 작품이 있다. Heated Rivalry—두 명의 동성애자 아이스하키 선수가 10년에 걸쳐 만나고, 멀어지고, 그리워하고, 다시 만나는 이야기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이유는 명확하다. 두 사람이 동등한 위치에서 만난다. 권력 차이도, 나이 차이도, 재력 차이도 없다. 서로를 좋아하고 존중하며, 그 감정이 결국 두 사람 모두를 더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을 보여준다.
평론가 Wesley Morris는 이 드라마의 육체적 시선이 "감정적 노출에 대한 영웅적 믿음"과 맞닿아 있다고 썼다. "섹스는 단순히 긍정적인 것이 아니라 사랑의 관문"이라는 것이다. 이 세기 들어 스크린에서 비슷한 강도를 보여준 커플을 꼽자면 손가락으로 셀 수 있다—Normal People의 Paul Mescal과 Daisy Edgar-Jones, 오만과 편견의 Keira Knightley와 Matthew Macfadyen, Moonlight의 André Holland와 Trevante Rhodes.
로맨스가 사라진 자리에 무엇이 들어왔나
사회과학자 Alice Evans는 2년 전 한 편의 글에서 낭만적 사랑이 젠더 평등의 저평가된 동력이라고 주장했다. 논리는 단순하다. 사랑을 가치 있게 여기는 문화는 여성을 가치 있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결혼이 가족 간의 결속과 남성 권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수단이 되는 사회에서는 사랑이 억압되고 여성의 지위도 낮아진다.
지금 현실은 어떤가. 킹스칼리지 런던과 Ipsos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Z세대 남성의 약 3분의 1이 여성은 남편에게 복종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 비율은 베이비붐 세대 남성(13%)보다 훨씬 높다. Andrew Tate의 클립과 하드코어 포르노로 성장한 세대의 일부가 조부모 세대보다 후퇴한 젠더 관념을 갖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는 그들 자신에게도 손해다. Z세대 남성의 44%는 십대 시절 연애 경험이 전혀 없었고, 같은 비율이 결혼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결혼한 남성이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하고, 더 오래 산다는 데이터는 명확하다.
배우이자 제작자인 Reese Witherspoon은 팟캐스트에서 로맨틱 코미디의 감소가 두 세대에게서 "관계와 연애 역학"의 예시를 빼앗아갔다고 말했다. 공식적이고 비현실적인 기대를 심어줄 수 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로맨스 서사는 서로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스크립트였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훨씬 극단적인 이미지들이다. 법학 교수 Clare McGlynn이 곧 출간할 책 Exposed에서 지적하듯, 우리는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쾌락을 기념하는 에로틱한 소재의 가능성"을 잃어버렸다.
한국도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의 성공 방정식은 오랫동안 로맨스였지만, 최근 몇 년간 스릴러, 좀비, 생존 게임 장르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웹툰 플랫폼에서 로맨스 장르는 여전히 압도적 1위지만, OTT 드라마에서의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독자와 시청자의 욕구가 분리되는 현상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왜 지금 이 질문이 중요한가
사회주의 잡지 Jacobin에 실린 최근 글에서 연구자들은 낭만적 사랑이 "저항의 장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극단적 개인주의와 혐오의 수익화가 심화되는 시대에, 타인을 자신만큼—혹은 그 이상으로—아끼는 이야기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다.
알고리즘은 극단성을 보상한다. 몸 스펙, 통장 잔고, 여성 혐오 이데올로기, 남성들을 위한 "치트 코드"가 클릭을 만든다. 소셜미디어가 채울 수 없는 것을 오래된 형태의 문화—소설, 영화, 드라마, 음악—가 채워야 한다. 그리고 그 보상은 창작자와 산업,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돌아올 수 있다.
로맨스 소설이 5,100만 부 팔리는 세상에서, 스크린은 왜 그 욕구에 응답하지 않는가. 이것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
본 콘텐츠는 AI가 원문 기사를 기반으로 요약 및 분석한 것입니다. 정확성을 위해 노력하지만 오류가 있을 수 있으며, 원문 확인을 권장합니다.
관련 기사
4,000명의 실험 참가자와 16종의 동물 소리로 밝혀낸 놀라운 사실. 인간의 미적 감각이 수억 년 전 진화의 산물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분석합니다.
미국 성인 16%가 AI를 '친구'로 쓴다. Replika 사용자 4천만 명, ChatGPT 대화의 73%가 개인적 용도. AI 동반자 현상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을 파헤친다.
문법 교정 앱 Grammarly가 유명 작가와 저널리스트의 이름을 무단으로 AI 편집 기능에 활용했다. 이 사건이 드러낸 것은 저작권 문제만이 아니다. AI 시대에 '목소리'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스마트폰으로 지루함을 즉시 차단하는 시대. 시인 브로드스키는 지루함이야말로 삶의 의미를 가르치는 가장 중요한 교사라고 했다. 우리가 회피하는 그 불편함 속에 무엇이 숨어 있을까.
의견
이 기사에 대한 생각을 나눠주세요
로그인하고 의견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