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처방전, 실제로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TrumpRx 출시로 약값 할인을 약속했지만, 실제 혜택은 제한적. 제약회사와의 협상 뒤에 숨은 진짜 승자는 누구인가?
85% 할인이라는 숫자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어젯밤 출시된 TrumpRx는 "세계 최저가 처방약을 찾아보세요"라는 거대한 배너로 시작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빅파마의 바가지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지만, 실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화려한 숫자 뒤의 현실
TrumpRx가 내세우는 성과는 분명 인상적이다. 17개 주요 제약회사 중 16개가 협약에 참여했고, 일부 체외수정 치료약은 85% 할인된 가격에 판매된다. 인기 다이어트 주사 웨고비는 월 199달러에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파격적인 할인은 예외적인 경우다. 미국인 85%가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데, 이들에게는 기존 보험을 이용하는 것이 TrumpRx보다 저렴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젤잔스의 경우, 상업보험 가입자 4분의 3 이상이 월 20달러 이하로 구매할 수 있지만, TrumpRx에서는 현금으로 1,500달러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더 놀라운 것은 보험이 없는 사람들조차 다른 곳에서 더 저렴하게 약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화이자의 위산역류 치료제 프로토닉스는 TrumpRx에서 200달러에 판매되지만, 굿알엑스 같은 기존 할인 사이트에서는 제네릭 버전을 10달러 미만으로 구매할 수 있다.
진짜 승자는 제약회사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제약회사들에게 "미국 가정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협박성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제약회사들은 이를 홍보 기회로 활용했다. 화이자 CEO 알버트 불라는 백악관으로 초청받아 트럼프로부터 "세계 최고의 회사 중 하나"라는 찬사를 들었다.
제약회사들은 또한 자신들의 주력 상품에 대한 가격 책정권을 성공적으로 보호했다. 트럼프가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처방약"에 대한 할인을 제공한다고 주장했지만, 업계 최고 매출 약물들은 TrumpRx에서 찾아볼 수 없다. 세계 베스트셀러였던 머크의 항암제 키트루다는 3주 치료 과정에 약 1만 2천 달러가 들지만 사이트에 없다. 2024년 처방약 매출 상위 10개 중 단 하나(오젬픽)만이 TrumpRx에 등록되어 있다.
미완성된 약속
TrumpRx는 시간이 지나면서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백악관은 12월 보도자료에서 현재 사이트에 없는 여러 추가 약물들을 언급했다. 길리어드 사이언시스는 C형 간염 치료제를 기존 2만 5천 달러 대신 2,400달러에 판매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사이트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백악관 대변인은 현재까지 5개 회사의 약물만이 TrumpRx에 추가되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신약 출시 시 다른 선진국과 동일한 가격을 미국인들에게도 적용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고 주장하지만, 이 모든 약물이 TrumpRx를 통해 판매될지는 불분명하다.
이번이 트럼프의 첫 번째 약값 인하 약속은 아니다. 첫 번째 임기 중에도 노인들에게 200달러 할인 카드를 우편으로 보내겠다고 약속했지만, 카드는 결국 도착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적어도 다운로드 가능한 쿠폰이 실제로 존재한다. 황금 독수리가 TrumpRx 리본을 발톱으로 쥐고 있는 브랜드 로고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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