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버섯, 5백만 명이 이미 먹었다
미국 성인 1100만 명이 사이로사이빈 버섯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마초 합법화의 전철을 밟는 이 물질, 과학과 규제는 시장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2023년 한 해에만 미국 성인 500만 명 이상이 사이로사이빈 버섯을 복용했다. 그리고 2026년 초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그 숫자는 어느새 1100만 명으로 불어났다. 처방전도 없이, 대부분은 불법 상태로. 조용하지만 빠른 속도로 사회 깊숙이 들어온 이 물질을 두고, 과학계는 아직 기초 연구조차 완성하지 못한 채 시장의 뒤꽁무니를 쫓고 있다.
버섯 속 물질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사이로사이빈은 그 자체로는 거의 활성이 없다. 몸 안에 들어가면 사이로신으로 전환되는데, 이 물질이 뇌의 세로토닌 수용체에 결합하면서 기분, 식욕, 인지, 감각 지각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까지는 많이 알려진 이야기다.
덜 알려진 사실이 있다. 사이로사이빈 버섯에는 사이로신 외에도 베오시스틴, 노르베오시스틴, 에루지나신 등 다양한 트립타민 계열 화합물이 함께 들어 있다. 설치류 실험에서 이 복합 화합물들은 사이로사이빈 단독보다 더 강하고 오래 지속되는 효과를 낸다는 결과가 나왔다. 문제는 이 화합물들이 인간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거의 연구된 바가 없다는 점이다.
왜일까. 미국 연방 규정은 임상 연구에서 반드시 '분리된 합성 사이로사이빈'만 사용하도록 강제한다. 즉, 현재 진행 중인 수십 건의 임상시험은 실제 사람들이 먹는 자연산 버섯이 아닌, 실험실에서 만든 단일 성분을 대상으로 한다. 시장에서 팔리는 것과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것이 서로 다른 물질인 셈이다.
규제의 회색지대, 그리고 급속한 성장
2019년 미국 덴버는 사이로사이빈 소지를 사실상 최하위 법 집행 우선순위로 내리는 비범죄화를 선언했다. 이후 오클랜드, 시애틀, 디트로이트 등이 뒤를 따랐고, 2020년 오리건주, 2022년 콜로라도주는 한발 더 나아가 면허 시설 내 감독 하의 사용을 합법화했다.
그런데 법적 테두리 밖에 있는 사람들도 접근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인터넷 검색 한 번에 약 35달러(약 5만 원)면 사이로사이빈 버섯을 키울 수 있는 재배 키트를 합법적으로 살 수 있다. 키트 안의 포자 자체는 불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포자가 발아해 버섯으로 자라는 순간 연방법상 Schedule 1 규제 물질이 되지만, 그 경계선을 단속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더 주목할 점은 시장의 질적 변화다. 대마초 산업이 합법화 이후 고농도 THC 제품을 쏟아낸 것처럼, 사이로사이빈 시장도 이미 같은 경로를 걷고 있다. 선택 교배를 통해 사이로사이빈 함량을 높인 품종들이 등장했고, 사이로사이빈 함유 식품(에더블)도 유통되고 있다. 오클랜드 하이피 컵 같은 품종 경연 대회에서 측정된 샘플들은 사이로사이빈 함량이 제품마다 크게 다름을 보여준다. 소비자는 자신이 얼마나 강한 물질을 먹는지 알 방법이 없다.
치료 가능성과 위험 사이
사이로사이빈에 대한 임상 연구는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중독 치료 등에서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사이로신이 신경 연결의 강화·약화를 조절하는 '시냅스 가소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는, 왜 이 물질이 오래 지속되는 심리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그러나 위험도 실재한다. 두통, 구역질, 혈압 변화 같은 신체 증상 외에도, 일부에서는 정신증적 증상, 자살 충동, 극심한 불안이 나타난다. 더 심각한 것은 '환각제 지속 지각 장애(HPPD)'다. 사이로사이빈이 체내에서 완전히 사라진 뒤에도 지각 왜곡이 수주, 수개월, 심지어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 이런 부작용은 고용량 복용 시 더 빈번하게 나타나는데, 규제 없이 고함량 버섯이 유통되는 현재 상황은 이 위험을 키운다.
한국 사회에서 이 흐름을 어떻게 읽을까
한국에서 사이로사이빈은 마약류관리법상 엄격히 금지된 물질이다. 하지만 이 흐름을 '먼 나라 이야기'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국내 정신건강 위기는 심각하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고, 우울증 치료 접근성 문제는 반복적으로 제기된다. 기존 항우울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을 위한 대안을 찾는 논의는 이미 의학계 내부에서 조용히 진행 중이다.
미국 FDA가 사이로사이빈을 '혁신 치료제(Breakthrough Therapy)'로 지정해 임상 연구를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투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이 시장에 언제, 어떻게 진입할지는 아직 열린 질문이다. 규제 장벽이 높은 한국에서 관련 연구나 임상이 가능해지려면 법·제도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자연에서 온 것은 안전하다'는 인식이 강한 한국 소비자 문화를 고려하면, 만약 이 물질이 어떤 형태로든 대중에게 노출될 경우 위험 인식이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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