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가 보여준 민주주의 복원의 딜레마
권위주의 정권을 몰아낸 폴란드 자유주의 연합이 직면한 역설적 상황.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비민주적 수단을 써야 하는 딜레마를 통해 본 민주주의 복원의 복잡성.
74%의 투표율로 권위주의 정권을 몰아낸 폴란드. 하지만 승리의 축배를 든 지 3년이 지난 지금, 그들이 마주한 현실은 예상보다 복잡했다.
승리의 밤, 그리고 냉혹한 현실
24세 폴란드 활동가 도미니카 라소타는 2023년 선거 결과를 기다리며 친구들과 소파에 앉아 TV를 응시했던 순간을 생생히 기억한다. "우리는 나쁜 이유로 독한 술을 마시거나, 좋은 이유로 거리로 뛰쳐나가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던 그날 밤, 그들은 결국 거리로 나갔다.
8년간 지속된 민주주의 후퇴를 끝내고, 폴란드는 법과정의당 정권을 축출했다. 여성의 권리를 제약하고 민주적 제도를 훼손했던 보수 권위주의 정당 대신, 중도좌파와 극좌, 농민당의 연합정부가 들어섰다.
하지만 라소타의 솔직한 고백은 의미심장하다. "우리는 완전히 무지했어요."
권위주의는 어떻게 뿌리내렸나
폴란드의 민주주의 후퇴는 2010년 한 항공기 추락사고에서 시작됐다. 폴란드 대통령과 주요 지도자들을 태운 항공기가 러시아 스몰렌스크 인근에서 추락하면서 암살설이 제기됐고, 희생된 대통령의 쌍둥이 형제 야로스와프 카친스키는 이 음모론을 적극 수용했다.
그는 당시 집권 자유주의 정당이 형의 죽음에 연루됐다고 주장하며 반엘리트, 음모론적 포퓰리즘 메시지로 2015년 총선에서 승리했다. 집권 후 법과정의당은 최고법원에 당파적 판사들을 심었고, 여성단체 사무실을 급습하고, 독립 언론을 고소하며, 국영 TV를 당파적 선전 도구로 전락시켰다.
결정타는 2020년에 나왔다. 의회 통과에 실패했던 사실상의 전면 낙태 금지를 법원을 통해 강행한 것이다. 이때 라소타를 포함한 수만 명의 폴란드인들이 거리로 나섰고, 이는 2023년 정권 교체의 토대가 됐다.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한 비민주적 수단
하지만 승리 이후의 현실은 예상보다 험난했다. 정치학자 벤 스탠리가 지적했듯, 권위주의적 해악을 "빠르고, 효과적이며, 합법적으로" 되돌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법을 따르고 민주적 규범을 존중하면 과정이 너무 느리다. 반대로 빠르게 행동하면 똑같은 비민주적 충동을 보이게 된다. 2023년 12월, 폴란드 자유주의 정부는 국영 언론 통제권을 되찾기 위해 갑작스럽게 직원들을 해고하고 뉴스 채널을 일시적으로 방송 중단시켰다. 이는 국제적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더 큰 문제는 법과정의당에 반대하는 것 외에는 명확한 정치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6년 전 시민들을 거리로 내몰았던 엄격한 낙태 금지법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고, 지난여름에는 포퓰리스트 카롤 나브로츠키가 자유주의 후보 라파우 트르자스코프스키를 근소한 차이로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한국에서 바라본 폴란드의 교훈
트르자스코프스키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포퓰리스트에게 투표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은 의구심을 갖지 않습니다.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하지 않죠. 반면 우리 편은 항상 우유부단하고, 질문만 던집니다."
이는 한국의 정치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권위주의적 리더십에 대한 향수나 강력한 정부에 대한 갈망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민주적 가치를 지키려는 세력들이 때로는 "너무 신중하다"는 비판에 직면하는 것과 유사하다.
폴란드의 경험이 보여주는 것은 민주주의 후퇴가 되돌릴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희망적 메시지다. 동시에 그 복원 과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모순적인지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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