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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회사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이유
경제AI 분석

똑똑한 회사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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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기억상실증이란 무엇인가? 리더십 교체, 잦은 구조조정, 부실한 지식 관리가 어떻게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지 분석한다. 삼성·현대·카카오 같은 국내 대기업에도 시사점이 크다.

신임 CEO가 부임하고 6개월 뒤, 회사는 3년 전에 이미 실패했던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했다. 담당자는 아무도 몰랐다. 그 프로젝트가 왜 엎어졌는지 기억하는 사람이 회사에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특정 기업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 세계 수천 개 기업에서 매일 벌어지는 일이다.

조직도 기억을 잃는다

미국의 비영리 경영연구기관 APQC(American Productivity & Quality Center)가 내놓은 수치는 냉정하다. 기업들이 지식을 체계적으로 축적하는 곳은 전체의 8%에 불과하다. 핵심 지식을 문서화하는 기업도 35%에 그친다. 나머지 65% 이상의 기업은 중요한 노하우가 직원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다가, 그 직원이 떠나는 순간 함께 사라진다.

APQC의 지식경영 수석 연구원 린다 브락시크(Lynda Braksiek)는 이를 두고 "현대 직장에서 가장 큰 규모의 지식 이전 사태가 이미 시작됐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55세 이상 현장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향후 5년 안에 퇴직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은퇴 절벽(retirement cliff)'이다.

조직 기억(organizational memory)은 세 곳에 저장된다. 오프라인 마케팅 플랫폼 Oppizi의 창업자 아서 파비에(Arthur Favier)는 이를 사람·프로세스·문화로 나눈다. "셋 중 하나가 무너지면 나머지 둘이 버텨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직률이 높으면 프로세스가 촘촘해야 하고, 조직 구조가 자주 바뀌면 문화가 과거 결정의 맥락을 붙들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셋이 동시에 무너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직은 빙산의 일각이다

가장 눈에 띄는 원인은 이직이다. PAJ GPS의 CEO 알렉스 사렐라스(Alex Sarellas)는 이렇게 말한다. "엔지니어 한 명이 떠날 때, 우리는 단순히 코드를 짜는 사람을 잃는 게 아닙니다. 그가 과거 결정에 쏟아부은 모든 논리, 그가 알고 있던 지름길, 어떤 문서로도 전달할 수 없는 실전 감각을 함께 잃는 겁니다."

IT·엔지니어링 분야 전문 채용사 CalTek Staffing의 공동 창업자 아치 페인(Archie Payne)은 더 구체적으로 짚는다. "레거시 시스템과 아키텍처 결정의 이유는 종종 사람의 머릿속에만 있습니다. 그 사람이 나가면 회사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기술 부채를 떠안고 있는지조차 모르게 됩니다."

하지만 이직만이 문제는 아니다. 파비에는 구조적 망각을 일으키는 더 교묘한 요인들을 열거한다. 잦은 리더십 교체, 리브랜딩, 공격적인 사업 방향 전환, 반복적인 조직 개편이 그것이다. "조직의 우선순위가 12~18개월마다 바뀌면, 학습은 너무 느리게 쌓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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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문서 극장(documentary theatre)'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보고서와 대시보드는 넘쳐나지만, 지식을 실제로 전달하는 인프라가 없는 상태다. "지식은 존재하지만 활용되지 않는다. 이건 기억이 아니라 창고다."

M&A가 기억을 지운다

NYU 스턴경영대학원 인적자본관리 강사 클린트 켄드릭(Klint Kendrick)은 인수합병(M&A) 현장에서 이 문제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말한다. MIT 슬론 연구에 따르면 인수된 기업의 직원은 동일 기업에 새로 입사한 직원보다 첫해에 이직할 확률이 22% 높다.

인수 기업들은 재무 시너지를 모델링하고 실사를 꼼꼼히 진행하지만, 피인수 기업에 녹아 있는 '운영 기억'—의사결정 방식, 팀 조율 스타일, 고객 관계, 암묵적 기술 지식—은 통합 과정에서 허물어진다. "새 리더십 팀은 반복되는 문제를 새로운 것으로 다룬다. 해법을 품고 있던 사람과 구조가 이미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 기업들에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카카오가 수십 개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빠르게 몸집을 불렸을 때, 혹은 현대자동차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품었을 때, 피인수 조직의 문화와 암묵지가 얼마나 온전히 살아남았는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브랜드도 기억을 잃는다

웰니스 브랜드 Kyoto Botanicals의 창업자 마크 길리란(Mark Gillilan)은 또 다른 각도를 제시한다. 새 CMO가 오면 새 대행사를 데려오고, 새 브랜드 내러티브가 만들어진다. "회사의 역사와 DNA, '왜 우리가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이 사라진다. 새 CMO와 대행사는 변화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 하고, 그 과정에서 브랜드 자산이 쌓이는 게 아니라 몇 년마다 리셋된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된다. 대형 유통사나 통신사가 리브랜딩을 단행할 때마다 수십 년간 쌓아온 소비자와의 정서적 연결이 얼마나 유지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기억을 지키는 법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처방은 크게 세 가지로 수렴한다.

첫째, '무엇'이 아닌 '왜'를 문서화하라.사렐라스는 "우리는 이제 무엇을 했는지가 아니라 왜 그렇게 했는지를 적도록 팀 문화를 바꿨다"고 말한다. 의사결정 로그, 인시던트 기록, 주요 결정 뒤의 논리를 남기는 것이다.

둘째, 퇴직 인터뷰를 형식적으로 끝내지 마라.페인은 핵심 인재가 떠날 때 그들이 어떻게, 왜 일했는지를 담은 실질적인 매뉴얼을 남기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셋째, 지식을 자산으로 대우하라.브락시크는 지식 매핑과 커뮤니티 오브 프랙티스(communities of practice)를 권장한다. 리더십의 의지 없이는 지식 이전 프로그램이 흐지부지되기 쉽다는 점도 덧붙인다.

본 콘텐츠는 AI가 원문 기사를 기반으로 요약 및 분석한 것입니다. 정확성을 위해 노력하지만 오류가 있을 수 있으며, 원문 확인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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