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긴장이 다시 건드린 유가, 내 지갑까지 얼마나 오나
이란 분쟁 장기화로 주요 투자은행들이 유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국제유가 상승이 한국 물가, 수출, 가계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을 분석한다.
주유소 기름값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이번엔 단순한 계절적 수요 탓이 아니다.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으면서,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과 원자재 분석기관들이 잇달아 올해 국제유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분석가들은 브렌트유 기준 가격 상단을 배럴당 90달러 이상으로 높여 잡기 시작했다. 불과 몇 달 전 80달러 초반을 예상했던 것과 비교하면 의미 있는 변화다.
왜 지금, 왜 이란인가
이란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최근 긴장이 다시 고조된 데는 몇 가지 겹친 요인이 있다.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이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졌고, 중동 지역 내 대리전 양상이 심화되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민감도가 높아졌다.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는 점에서, 이 좁은 수로는 언제나 유가의 '공포 스위치'다.
여기에 OPEC+의 감산 기조가 맞물렸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산유국들은 올해 들어서도 자발적 감산을 유지하고 있어, 공급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 빠르게 가격에 반영되는 구조가 됐다.
'그래서 내 돈은?' — 한국에 미치는 파장
한국은 원유 수입 의존도가 100%에 가까운 나라다. 유가가 오르면 그 충격은 여러 경로로 가계와 기업에 스며든다.
우선 가장 직접적인 것은 주유비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르면, 국내 휘발유 가격은 통상 리터당 50~70원 수준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월 100리터를 주유하는 운전자라면 매달 5,000~7,000원을 더 내는 셈이다. 작은 숫자처럼 보이지만, 물류비·난방비·항공료 등 연쇄 인상이 동반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업 쪽 타격도 만만치 않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원가의 상당 부분을 나프타 등 원유 기반 원료에 의존한다.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주요 화학사들의 수익성은 유가 방향과 직결된다. 항공업계도 마찬가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연료비는 전체 영업비용의 25~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HD현대, 삼성중공업 등 조선·해양 플랜트 기업들은 유가 상승기에 오히려 수주 기회가 늘어나는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산유국들이 고유가 국면에서 설비 투자를 확대하기 때문이다.
승자와 패자, 그리고 정책의 딜레마
유가 상승은 언제나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가'의 문제다. 글로벌 차원에서 보면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같은 산유국은 재정 여력이 커지고, 한국처럼 에너지를 전량 수입하는 나라는 교역 조건이 악화된다. 원화 약세와 유가 상승이 동시에 진행될 경우 수입 물가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진다.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딜레마다. 경기 둔화 우려로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가고 싶지만, 유가발 인플레이션이 재점화되면 그 여지가 좁아진다. 2022년 에너지 위기 당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넘었던 기억은 아직 생생하다. 당시 한국은행은 불과 1년 사이 기준금리를 3%포인트 가까이 올렸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카드도 이미 여러 차례 꺼내 쓴 터라 추가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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