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실적 폭등, 그런데 주가는 왜 제자리일까
애플이 아이폰 매출 23% 급증으로 블로아웃 실적을 기록했지만 주가는 8주 연속 하락세. 중국 시장 38% 성장과 메모리 가격 상승 우려 속 투자자들의 복잡한 심리를 분석한다.
143조원. 애플이 2025년 12월 분기에 기록한 매출이다. 시장 예상치를 50억달러 넘어선 블로아웃 실적이었지만,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는 고작 소폭 상승에 그쳤다. 8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온 애플 주가가 왜 이런 호실적에도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걸까?
숫자로 본 애플의 완승
애플의 2026 회계연도 1분기(2024년 12월 27일 종료) 실적은 모든 면에서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1,437억6,000만달러로 컨센서스 1,384억8,000만달러를 크게 상회했다. 주당순이익도 18% 늘어난 2.84달러를 기록해 예상치 2.67달러를 넘어섰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아이폰 매출이다. 852억7,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3% 급증하며 예상치를 70억달러나 웃돌았다. 이는 아이폰 17 라인업에 대한 강력한 수요를 보여주는 지표다. 맥과 웨어러블 제품군은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아이패드는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을 기록했다.
서비스 부문도 견조했다. 300억1,000만달러의 매출로 13.9% 성장하며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애플TV, 광고, 클라우드, 음악, 결제 서비스, 앱스토어 등을 포함하는 이 부문의 총이익률은 76.5%에 달해 전년 대비 150bp 개선됐다.
중국이라는 예상 밖 호재
가장 큰 서프라이즈는 중국 시장에서 나왔다. 대중화권 매출이 전년 대비 38% 급증하며 예상치를 47억달러 웃돌았다. 팀 쿡 CEO는 "대중화권 역사상 최고의 아이폰 분기"라고 평가했다. 아이폰 17 라인업에 대한 열광, 기록적인 업그레이드 수요, 안드로이드에서 아이폰으로의 전환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는 특히 의미가 깊다. 그동안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와 현지 브랜드 부상으로 애플이 고전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기 때문이다. 샤오미, 오포 같은 중국 브랜드들이 프리미엄 시장을 넘보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이 여전히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는 증거다.
메모리 가격, 새로운 복병
하지만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다른 곳에 있다. 바로 메모리 가격 급등이다. 실적 발표 후 질의응답에서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이 메모리 관련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팀 쿡은 "1분기에는 메모리 가격이 총이익률에 미미한 영향을 미쳤지만, 2분기에는 조금 더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회사가 제시한 총이익률 가이던스 48~49%에는 이미 이 영향이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메모리는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 중 하나다. AI 기능이 확대되면서 더 많은 메모리가 필요해지고 있는데,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치솟고 있다. 애플처럼 프리미엄 제품을 만드는 회사에게는 원가 상승 압력이 될 수밖에 없다.
구글과의 AI 파트너십, 현금 보존 전략
흥미로운 점은 애플의 AI 전략이다. 메타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자체 대규모 언어모델을 구축하는 대신, 구글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차세대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구글의 기술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쿡 CEO는 "구글이 가장 유능한 파운데이션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협업을 통해 많은 경험을 열어주고 핵심적인 방식으로 혁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전략으로 애플은 막대한 AI 투자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애플의 현금 창출 능력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1분기 자유현금흐름이 515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메타의 140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의 58억달러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다. 이 현금으로 애플은 247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단행했다.
3월 분기 전망, 여전히 강세
애플은 현재 분기(3월 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13~16%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 10% 성장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구체적으로는 1,077억6,000만~1,106억2,000만달러 범위로, 컨센서스 1,049억3,000만달러보다 높다.
서비스 부문도 비슷한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대략 14% 성장으로 303억7,500만달러 수준이다. 총이익률은 48~49%로 예상치 47.3%를 상회한다.
주가는 왜 제자리걸음일까
이렇게 좋은 실적과 전망에도 불구하고 애플 주가가 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이유는 뭘까? 몇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첫째, 이미 8주 연속 하락한 상태에서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낮아져 있었다. 좋은 실적이 나와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둘째, 메모리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애플이 현재는 관리 가능하다고 하지만, 앞으로 몇 분기 동안 이익률에 압박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 남아있다.
셋째, AI 경쟁에서 애플이 뒤처지고 있다는 인식이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같은 회사들이 AI 붐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 반면, 애플은 아직 AI의 실질적인 매출 기여도가 불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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