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피격, 한국의 선택을 묻다
HMM 나무호 피격 확인 후 한국 정부가 미국 주도 호르무즈 해협 안보 협력 참여를 검토 중이다. 천청해부대 파견 가능성과 국내 정치적 절차, 대이란 관계까지 복잡한 셈법을 짚는다.
선박 한 척이 불타는 동안, 한국의 외교 방정식도 함께 불타고 있었다.
지난 5월 5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HMM이 운항하는 파나마 선적 화물선 나무호에 정체불명의 비행체 두 발이 잇달아 명중했다. 선체에는 7미터 너비의 구멍이 뚫렸고, 폭발과 화재가 뒤따랐다. 선원 24명(한국인 6명 포함)은 전원 무사했지만, 배는 두바이 드라이독스 항구로 예인돼야 했다.
5월 10일, 한국 외교부는 현지 조사단 7명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외부 비행체에 의한 타격"이 확인됐다. 다만 비행체의 정확한 기종과 크기는 "한계"로 인해 특정하지 못했고, 배후 세력도 공식적으로 지목하지 않았다.
피격은 확인됐다, 그러나 배후는 침묵
외교부가 배후를 특정하지 않은 것은 의도된 신중함이다. 공격 직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쐈다"고 단언하며 한국에 호르무즈 해협 항행 자유 수호 임무 참여를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는 말로 즉각적인 귀책 판단을 유보했다.
이 침묵에는 이유가 있다. 한국은 이란과 복잡한 경제적 역사를 공유한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 이전, 한국은 이란산 원유의 주요 수입국이었고, 제재 이후에도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한국 내 은행에 묶인 자금이 70억 달러 규모에 달했다. 이 자금은 2023년 미국과 이란의 포로 교환 협상 과정에서 일부 해제된 바 있다. 배후를 섣불리 지목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미국의 압박, 한국의 셈법
문제는 이번 피격이 한국이 그동안 유지해온 "신중한 관망" 기조를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해양자유구상(MFC)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정보 공유와 외교·군사 협력을 결합한 다국적 안보 협력 체계다. 한국은 지금까지 이 구상에 대해 공개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자국 기업이 운항하는 선박이 실제로 공격받은 이상, "우리와 무관한 일"이라고 말하기 어려워졌다.
외교부 대변인 박일은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포함한 모든 가능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며 MFC 참여 여부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도 "국제법, 국제 해상교통로의 안전, 한미동맹, 한반도 안보 상황, 국내 법적 절차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했다.
말은 신중하지만, 방향은 이미 기울고 있다.
만약 한국이 군사적 기여를 결정한다면, 가장 유력한 카드는 청해부대다. 현재 소말리아 해역 아덴만에서 해적 퇴치 임무를 수행 중인 청해부대를 호르무즈로 전환 배치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는 국회 동의를 필요로 하며, 현재의 정치 지형에서 그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될지는 불확실하다. 단기적으로는 정보 공유나 연락장교 파견 같은 비전투 기여가 현실적인 첫 단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동맹의 무게와 지역의 균형
이 사안을 단순히 "미국 요청에 응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보면 절반만 보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길목이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이 해협의 안전은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그리고 국내 정유업계 전반의 공급망과 직결된다. 해협이 불안정해질수록 에너지 가격 변동성도 커진다.
동시에 한국은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도 관리해야 한다. 이란을 자극하는 행보는 중동 내 외교적 균형을 흔들 수 있다. 특히 한국 건설·방산 기업들이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국가들과 맺고 있는 관계는 중동 전반의 지정학적 긴장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반면 한미동맹의 맥락에서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해양 안보 이슈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들에게 "짐을 나눠 지라"는 압박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자국 선박 피격이라는 명백한 사안에서도 소극적 태도를 유지한다면 동맹 신뢰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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