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이 150만 개 독립 웹사이트를 차단한 진짜 이유
마이크로소프트 빙이 네오시티즈 호스팅 사이트 150만 개를 갑작스럽게 차단하면서 독립 웹 생태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검색엔진의 자의적 판단이 인터넷 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150만 개의 독립 웹사이트가 하루아침에 검색에서 사라졌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빙이 네오시티즈(Neocities)에서 호스팅되는 모든 사이트를 차단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네오시티즈는 1990년대 인터넷의 향수를 간직한 특별한 공간이다. 2013년 설립된 이 플랫폼은 지오시티즈(GeoCities)의 정신을 이어받아 누구나 개성 넘치는 웹사이트를 무료로 만들 수 있게 해준다. 표준화된 템플릿 대신 깜빡이는 GIF와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가득한 이곳은 예술가, 팬덤 커뮤니티, 전문가들이 자신만의 디지털 공간을 꾸미는 놀이터 역할을 해왔다.
갑작스러운 차단, 그리고 위험한 신호
문제는 지난 여름부터 시작됐다. 네오시티즈 창립자 카일 드레이크는 빙이 자신들의 사이트를 차단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마이크로소프트에 연락해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보였지만, 올해 1월 다시 완전 차단이 시행됐다.
더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빙이 네오시티즈 메인 페이지를 검색 결과에서 제거한 후, 사용자들을 모조 사이트로 유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가짜 사이트에서 사용자들이 로그인 정보를 입력하는 모습을 확인한 드레이크는 경악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오류가 아니다. 검색엔진이 자의적 판단으로 특정 플랫폼 전체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용자 보안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독립 웹의 위기, 다양성의 종말?
이번 사건은 현재 인터넷 생태계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소수의 거대 검색엔진이 정보 접근을 통제하는 상황에서, 독립적이고 개성 있는 웹사이트들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네오시티즈 같은 플랫폼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향수 때문이 아니다. 이곳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표준화된 플랫폼에서는 불가능한 창의적 실험의 공간이다. 개발자들이 새로운 웹 기술을 시도하고, 예술가들이 디지털 작품을 선보이며, 소수 커뮤니티가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곳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네이버나 구글에 의존하는 검색 환경에서, 독립적인 웹사이트나 블로그들이 발견되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 개발자나 소규모 스타트업들에게는 검색엔진의 정책 변화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알고리즘이 결정하는 정보의 경계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직 차단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더 큰 질문을 던진다. 검색엔진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그 기준을 누가 정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되는가?
AI가 점점 더 많은 검색 결과를 결정하는 시대에, 이런 자의적 차단은 더욱 빈번해질 수 있다. 알고리즘이 '비정상적'이라고 판단한 사이트들이 일괄적으로 제거되고, 그 과정에서 독특하고 창의적인 콘텐츠들이 사라질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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