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딥테크 스타트업이 죽어가는 이유
유럽은 초기 투자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지만, 성장 단계에서 스타트업들이 무너진다. 새로운 펀드들이 이 '죽음의 계곡'을 메우려 한다.
10억 달러를 투자받고도 파산한 독일 전기항공기 스타트업 릴리움(Lilium)의 몰락은 유럽 딥테크 생태계의 근본적 문제를 드러냈다. 초기 투자는 넘쳐나지만, 정작 성장 단계에서는 자금 조달에 실패해 무너지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스페인 기반 문디 벤처스(Mundi Ventures)의 새로운 펀드 켐바라 펀드 I(Kembara Fund I)이 7억 5천만 유로 규모로 첫 번째 클로징을 완료했다는 소식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최종 규모는 12억 5천만 유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
유럽의 '스케일업 문제'
켐바라 펀드의 공동창립자 얀 드 브리스(Yann de Vries)는 릴리움의 전 임원으로, 회사의 파산 과정을 직접 경험했다. 그는 "유럽에는 혁신 문제도, 스타트업 문제도 없다. 문제는 스케일업에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유럽은 대학 스핀오프와 초기 스타트업을 양산하지만, 시리즈 B 단계에서 많은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실패한다. 이는 미국이나 중국과 달리 대규모 성장 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켈바라는 시리즈 B, C 라운드에 집중하며, 기업당 1천 5백만~4천만 유로의 초기 투자를 진행한다. 후속 투자까지 포함하면 기업당 최대 1억 유로까지 투자할 수 있다. 이는 많은 유럽 펀드의 전체 규모보다 큰 금액이다.
새로운 투자 접근법
릴리움의 실패에서 배운 교훈은 주식 투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켐바라는 희석 방지를 위한 비희석성 금융 상품을 개발하고, 벤처 데트와 코인베스트먼트를 결합한 새로운 모델을 시도한다.
지정학적 요인도 중요하다. 유럽 정부와 국부펀드들이 자국 기업의 해외 유출을 막고 '유럽 챔피언'을 육성하려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 딥마인드가 5억 달러에 구글에 매각된 후 현재 수십억 달러 가치로 평가받는 사례가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
유럽의 딥테크 투자 확대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 대기업들이 유럽 딥테크 기업과의 협업이나 인수를 고려할 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 양자컴퓨팅, 우주기술 분야에서 유럽이 미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은 한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파트너십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기업들이 유럽 딥테크와의 공급망 다변화를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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