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메이드 인 EU' 자동차 규정, 글로벌 무역전쟁 점화하나
EU의 새로운 자동차 원산지 규정이 중국과 한국 등 주요 파트너국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현대차와 삼성SDI에게 미칠 파장은?
70%. 이 숫자가 현대차와 기아의 유럽 공장 가동률을 좌우할지도 모른다. EU가 추진하는 새로운 '메이드 인 EU' 자동차 규정의 핵심 기준이다.
무슨 일이 일어났나
EU 집행위원회가 전기차 배터리와 핵심 부품의 70% 이상을 역내에서 조달해야만 'EU산 자동차'로 인정하겠다는 규정을 검토 중이다. 현재는 단순히 EU 내에서 최종 조립만 하면 EU산으로 분류됐지만, 앞으로는 부품 하나하나의 원산지까지 따져보겠다는 뜻이다.
이 규정이 시행되면 중국산 배터리를 쓰는 전기차나, 한국에서 만든 반도체를 탑재한 자동차들이 EU 역내 보조금 혜택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독일 폴크스바겐의 중국 합작공장에서 만든 부품을 쓰는 차량도 마찬가지다.
한국 기업들, 직격탄 맞나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곳은 현대차와 삼성SDI다. 현대차는 체코 공장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중국 CATL의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삼성SDI도 헝가리 공장에서 만든 배터리 셀을 유럽 전역에 공급하지만, 핵심 소재 상당 부분을 한국과 중국에서 조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의 상황도 비슷하다. 폴란드 공장 가동률은 80%를 넘어서지만, 양극재와 분리막 등 핵심 소재는 여전히 아시아 의존도가 높다.
"유럽 공장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한 업계 관계자는 우려했다.
EU의 속내: 중국 견제 vs 우방국 피해
EU의 진짜 타깃은 중국이다. BYD와 CATL 같은 중국 기업들이 유럽 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중국산 전기차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작년 8%에서 올해 12%로 급증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국, 일본 같은 전통적 우방국들도 함께 타격을 받게 됐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한국 기업들을 배제했다가 외교적 마찰을 빚었던 전철을 EU가 그대로 밟고 있는 셈이다.
독일 자동차업계도 반발하고 있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부품을 독일로 역수입해 조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글로벌 공급망의 딜레마
문제는 30년간 구축된 글로벌 공급망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다는 점이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과 코발트의 60% 이상이 중국에서 가공되고 있다. EU가 아무리 '탈중국'을 외쳐도 단기간에 대체재를 찾기는 어렵다.
한국 기업들은 이미 대응에 나섰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공장 건설을 앞당기고 있고, 삼성SDI는 헝가리 공장 증설과 함께 유럽 내 소재 조달처 다변화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는 시간과 비용이 든다. 업계는 최소 3-5년의 전환 기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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