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가 사회 불평등을 설명할 수 있을까
두 연구자가 제시하는 사회유전학의 양면성. 유전자 연구가 불평등을 해결할 도구인지, 아니면 차별을 정당화하는 수단인지 살펴본다.
같은 목표, 다른 길
더 공정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는 같다. 하지만 대프니 마르첸코와 샘 트레호는 전혀 다른 길을 제시한다. 사회유전학—정신질환부터 교육 성취도, 정치적 성향까지 행동에 대한 유전적 기여를 밝히는 연구—이 과연 사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마르첸코의 입장은 명확하다. "유전자 연구는 지금까지 사회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데 악용되어 왔다." 반면 트레호는 "더 많은 정보는 일반적으로 더 적은 정보보다 낫다"며 기초 연구의 잠재적 이익을 강조한다.
과학의 양날
역사가 보여주는 교훈은 씁쓸하다. 20세기 초 우생학은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인종차별과 강제 불임을 정당화했다. 현재도 유전자 연구 결과는 종종 "타고난 능력의 차이"를 설명하는 근거로 인용된다.
하지만 트레호는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이 연구는 어차피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선한 목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실제로 정신건강 연구에서 유전적 소인을 이해하는 것은 맞춤형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 사회의 딜레마
국내에서도 유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대 의대의 한 유전학 교수는 "유전자 검사 기술이 발달하면서 '타고난 재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교육열이 높은 한국에서 유전자 검사를 통한 "재능 발견"은 새로운 사교육 시장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
삼성서울병원과 세브란스병원 등 주요 의료기관들은 이미 개인 맞춤형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가 "유전자 결정론"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규제의 경계선
정부도 고민이 깊다. 보건복지부는 2025년부터 유전자 검사 가이드라인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디서 선을 그어야 할지 명확하지 않다. 특히 보험사들이 유전자 정보를 활용해 보험료를 차등 적용하려는 움직임은 새로운 형태의 차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유럽연합은 이미 2018년부터 유전자 정보의 보험 활용을 제한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주별로 다른 규제를 두고 있어, 한국만의 기준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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