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abooks Home|PRISM News
같은 뉴스, 4개 언어로 해부하기 — 실전 비교 읽기
테크

같은 뉴스, 4개 언어로 해부하기 — 실전 비교 읽기

15분 읽기Source

1편을 읽고 "그래서 어떻게?"라고 생각했다면 이 글이 답입니다.

1편을 읽고 "그래서 어떻게?"라고 생각했다면 이 글이 답입니다.

앞선 글에서 왜 뉴스가 효과적인 학습 자료인지, PRISM의 적응형 접근이 무엇이 다른지 설명했습니다. 이제 실제 기사를 잡고 시연합니다. 비교 읽기, 표현 수집, 구조 분석. 세 가지 학습법을 하나씩 따라가 봅니다.

시작하기 전에 하나 짚겠습니다. 외국어 읽기에는 두 모드가 있습니다.

  • 꼼꼼히 읽는 날: 짧은 텍스트를 분석합니다. 모르는 단어를 찾고, 표현 차이를 짚어봅니다.
  • 가볍게 읽는 날: 긴 텍스트를 빠르게 읽습니다.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문맥으로 넘깁니다.

둘 다 필요합니다. 아래 세 가지 학습법 중 비교 읽기표현 수집은 꼼꼼히 읽는 모드이고, 구조 분석과 카테고리별 자유 읽기는 가볍게 읽는 모드입니다. 꼼꼼히 읽어 정밀도를 높이고, 가볍게 읽어 속도와 감각을 키우는 균형이 핵심입니다.


학습법 1: 비교 읽기 — 실전 시연

비교 읽기의 핵심은 단순합니다. 모국어로 내용을 파악한 뒤 학습 언어로 다시 읽는 것입니다. 내용을 이미 알고 있으니 모르는 표현이 나와도 문맥으로 추론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중요한 점: 비교의 단위는 문장이 아니라 정보입니다. "애플이 AI 칩을 공개했다"라는 정보가 영어에서 어떻게 표현되는지, 일본어에서 어떤 단어를 쓰는지 — 이 단위로 비교합니다. PRISM은 적응형이라 문장이 1:1로 대응되지 않지만, 같은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정보 단위 비교가 가능합니다.

실제로 해봅니다. 아래는 PRISM 스타일의 Tech 기사 예시입니다.

Step 1: 한국어로 내용 파악

애플이 자체 개발한 AI 칩 'M5 Ultra'를 공개했다. 기존 M4 대비 연산 속도가 2.3배 빨라졌고 전력 소비는 18% 줄었다. 팀 쿡 CEO는 "이 칩은 단순한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아키텍처 자체의 전환"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는 엔비디아의 독주 체제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핵심 정보를 정리합니다.

  • 누가: 애플
  • 무엇을: AI 칩 M5 Ultra 공개
  • 핵심 수치: 연산 속도 2.3배, 전력 18% 감소
  • 인용: 팀 쿡의 발언
  • 맥락: 엔비디아 독주 체제에 대한 영향

Step 1.5: 전환 전에 예측하기

영어로 넘어가기 전에 잠깐 멈춥니다. "공개했다"를 영어로 뭐라고 썼을까요? "연산 속도가 2.3배 빨라졌다"는? 맞히든 틀리든 상관없습니다. 예측하고 확인하는 과정 자체가 기억을 강하게 고정시킵니다. 그냥 읽는 것보다 훨씬 잘 남습니다.

Step 2: 영어 버전으로 전환

Apple unveiled its in-house AI chip, the M5 Ultra. It's 2.3 times faster than the M4, while drawing 18% less power. CEO Tim Cook called it "not just an upgrade — it's an architectural shift." Analysts say Nvidia's dominance could face its first real crack.

한국어 내용을 알고 있으니 영어가 훨씬 수월하게 읽힙니다. 아까 예측한 표현과 비교해보세요. "공개했다"가 "unveiled"였다면 — 그 단어는 이제 잊히지 않습니다.

Step 3: 대조 포인트 짚기

같은 내용인데 표현이 다른 부분을 찾습니다. 여기가 학습의 핵심입니다.

대조 1: 동사 선택

  • KR: "공개했다" → EN: "unveiled"
  • "발표했다"가 아니라 "unveiled"를 씁니다. unveil은 "베일을 벗기다"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제품 공개에 자주 쓰입니다.

대조 2: 수치 표현

  • KR: "2.3배 빨라졌고 전력 소비는 18% 줄었다"
  • EN: "2.3 times faster, while drawing 18% less power"
  • "while drawing"이라는 분사구문으로 두 정보를 한 문장에 담습니다. 영어 뉴스에서 흔한 패턴입니다.

대조 3: 인용문 처리

  • KR: ~라고 말했다
  • EN: called it "..."
  • 영어는 "said"보다 "called", "noted", "warned" 같은 구체적 동사를 선호합니다.

대조 4: 비유적 표현

  • KR: "독주 체제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
  • EN: "dominance could face its first real crack"
  • "crack"은 균열이라는 물리적 이미지를 직접 전달합니다.

Step 4: 일본어/중국어 핵심 대조

일본어와 중국어에서도 1-2가지 포인트를 짚어봅니다.

일본어:

Appleが独自開発したAIチップ「M5 Ultra」を発表しました。

  • "独自開発した"는 "자체 개발한"의 일본어 표현입니다. 영어의 "in-house"에 해당합니다.
  • "発表しました"는 "unveiled"보다 중립적입니다. 일본어 뉴스는 동사에서 뉘앙스를 빼고 사실만 전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중국어:

蘋果揭曉自研AI晶片M5 Ultra,運算速度較M4快2.3倍,功耗卻降低18%。

  • "揭曉"(게시오)는 "공개하다"의 격식체입니다. "unveiled"와 비슷한 어감입니다.
  • "卻"(각)은 "오히려, 그런데도"라는 전환 접속사입니다. 속도는 올랐는데 전력은 줄었다는 대비를 한 글자로 표현합니다.

이게 비교 읽기입니다. 같은 내용을 기반으로 표현 차이를 짚어내는 과정에서 각 언어의 감각이 쌓입니다.


학습법 2: 표현 수집 — 실전 시연

비교 읽기를 하며 발견한 표현을 정리합니다. 그냥 읽기만 하면 휘발됩니다. 메모해야 남습니다.

언어 학습에서 이 과정을 문장 마이닝(Sentence Mining)이라 부릅니다. 핵심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1T(One Target) — 수집하는 문장에는 모르는 요소가 하나만 포함되어야 합니다. 모르는 단어가 3개인 문장을 통째로 외우려 하면 효율이 떨어집니다. "이 문장에서 내가 새로 배우는 건 이 단어 하나"라는 상태가 가장 기억에 잘 남습니다.

같은 기사에서 표현을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수집합니다.

유형 1: 숫자/통계 표현

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
2.3배 빨라졌다2.3 times faster2.3倍速い快2.3倍
18% 줄었다18% less18%削減降低18%
~대비compared to ~~と比較して較~

숫자 자체는 같지만 표현 구조가 다릅니다. 영어는 "X times faster"라는 비교급 패턴을 자주 씁니다. 중국어는 "快2.3倍"처럼 형용사+배수 순서입니다.

유형 2: 핵심 용어

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
자체 개발in-house独自開発自研
연산 속도processing speed演算速度運算速度
전력 소비power consumption消費電力功耗
반도체 업계chip industry半導体業界半導體產業
독주 체제dominance独占状態獨霸格局

한자어 기반 용어는 한국어-일본어-중국어 사이에서 유사성이 높습니다. "半導体"(반도체)는 세 언어 모두 같은 한자입니다. 하나를 알면 나머지 둘이 쉽습니다.

단, 함정도 있습니다. 같은 한자인데 뜻이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일본어 "勉強"은 공부지만 중국어 "勉強"은 억지로 한다는 뜻입니다. "手紙"는 일본어에서 편지, 중국어에서 화장지입니다. 한자가 같다고 안심하면 오해가 생깁니다. 뉴스에서 새 한자어를 만나면 맥락으로 먼저 확인하세요.

유형 3: 동사/표현

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
공개했다unveiled発表した揭曉
뒤흔들다shake up揺るがす撼動
균열이 생기다face a crack亀裂が生じる出現裂痕
~라고 말했다called it ~~と述べた表示~

유형 4: 연어(단어 조합)

개별 단어보다 함께 쓰이는 조합을 수집하면 유창성이 빨리 올라갑니다.

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
우려를 제기하다raise concerns懸念を示す引發擔憂
금리를 올리다raise rates金利を引き上げる升息
시장이 반응하다markets react市場が反応する市場反應

"raise"를 단독으로 외우면 10가지 뜻이 떠오릅니다. "raise concerns"로 묶어 기억하면 뜻이 하나로 고정됩니다. 뉴스는 이런 조합이 반복 등장하므로 수집하기 좋습니다.

이렇게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면 기사 하나에서 많은 표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전부 수집하려 하지 마세요. 기사당 3~5개만 골라 정리하는 게 핵심입니다. 욕심내면 복습 부담이 쌓여 결국 멈추게 됩니다.


학습법 3: 구조 분석 — 실전 시연

중급 이상이라면 문장 해석을 넘어 문단 구조를 분석해봅니다. 각 언어는 정보를 배치하는 순서가 다릅니다.

같은 기사의 문단 구조를 비교합니다.

영어: 역피라미드

1문단: 핵심 사실 (Apple unveiled M5 Ultra)
2문단: 구체적 수치 (2.3x faster, 18% less power)
3문단: 인용문 (Tim Cook의 발언)
4문단: 업계 반응/분석

가장 중요한 정보가 맨 위에 옵니다. 첫 문장만 읽어도 기사의 핵심을 알 수 있습니다. 영어 뉴스의 표준 구조입니다.

일본어: 배경 → 사실 → 해설

1문단: 배경 설명 (AI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2문단: 핵심 사실 (Appleが発表しました)
3문단: 상세 수치 + 인용
4문단: 전문가 분석

일본어는 배경을 먼저 깔아줍니다. "~という背景のもと"(~라는 배경 아래)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독자가 맥락을 이해한 뒤 핵심에 도달하도록 안내합니다.

한국어: 훅 → 전개 → 맥락

1문단: 강렬한 훅 (전격 공개했다)
2문단: 수치와 근거
3문단: 인용문
4문단: 업계 맥락과 전망

한국어는 영어처럼 핵심을 먼저 두되 "전격", "술렁인다" 같은 감정적 어휘로 시작합니다. 연결어("~지만", "~한편")로 문단 간 흐름을 만드는 것도 특징입니다.

중국어: 압축 전개

1문단: 사실+수치를 한 문장에 압축
2문단: 인용
3문단: 분석 (짧게)

중국어는 전체적으로 짧습니다. 같은 정보를 더 적은 문장으로 전달합니다. 사자성어와 4자 표현으로 함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단을 잇는 연결어

구조만큼 중요한 게 문단 사이를 잇는 연결어입니다. 이 단어를 알면 "다음 문단이 반박인지 보충인지" 읽기 전에 알 수 있습니다.

기능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
전환~하지만, 그러나however, butしかし、ただし然而、但
한편~한편, 반면meanwhile, while一方で、その一方與此同時、另一方面
추가또한, 게다가furthermore, moreoverさらに、加えて此外、而且
결과따라서, 결국as a result, thereforeその結果、結局因此、最終

뉴스에서 이 연결어들을 의식적으로 짚으며 읽으면 텍스트 전체 흐름이 빠르게 잡힙니다.

이런 구조적 차이를 인식하면 외국어 텍스트를 읽을 때 "다음에 뭐가 올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읽기 속도가 빨라지고 이해도도 높아집니다.


카테고리별 학습 포인트

카테고리마다 만나는 어휘와 표현이 다릅니다. 대표적인 3개를 소개합니다.

Tech: 업계 용어 마스터

영어 Tech 기사는 동사가 강력합니다. "Apple dominates", "Google scrambles" 같은 표현을 주의 깊게 봅니다. 일본어는 카타카나 외래어가 많아 영어를 알면 유리합니다. 중국어는 영어 신조어를 한자로 번역합니다 — "人工智能"(인공지능), "雲端運算"(클라우드 컴퓨팅).

주요 표현: launch, unveil, roll out / リリース、発表 / 推出、發布

Economy: 돈의 언어

숫자 단위 변환이 핵심입니다. 영어의 billion(10억)과 한국어의 억/조 단위는 직관적으로 대응되지 않습니다. 일본어 경제 기사는 한자어가 많아 한국인에게 유리합니다. "金利"(금리), "株価"(주가)는 바로 이해됩니다.

주요 표현: rally, plunge, surge / 急騰、急落 / 飆漲、暴跌

Culture: 문화와 트렌드

교과서에서 배울 수 없는 구어체와 문화 표현의 보고입니다. 일본어는 "草"(웃김), "炎上"(온라인 논란) 같은 인터넷 용어가 등장합니다. 중국어는 "吃瓜"(구경하다), "翻車"(망하다) 같은 비유적 표현이 독특합니다.

주요 표현: go viral, trending / バズる、トレンド / 瘋傳、熱搜

Politics와 K-Culture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관심 분야에서 시작하세요.


단일 언어 학습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영어만 읽으면 "이게 원래 이런 건가?"라는 의문이 풀리지 않습니다.

두 개 이상의 언어를 비교하면 각 언어의 특성이 선명해집니다. 영어가 "dropped"라고 쓸 때 일본어는 "発表しました"라고 씁니다. 이 차이를 인식하는 순간 두 언어 모두에 대한 이해가 깊어집니다. 비교는 하나를 더 잘 배우기 위한 도구이기도 합니다.

언어학에서는 이를 '교차 언어적 인식(cross-linguistic awareness)'이라 부릅니다. 한 언어의 구조를 다른 언어와 대비하며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이 능력은 비교할 대상이 있어야 발달합니다.

오늘 소개한 세 가지 학습법을 두 모드에 넣으면 이렇게 됩니다. 하루 20분이라면 꼼꼼히 읽기(비교 읽기 + 표현 수집) 15분, 가볍게 읽기(다른 기사 훑어읽기) 5분. 이 비율이 절대적인 건 아닙니다. 중요한 건 두 모드를 모두 경험하는 것입니다.


이전 편: 1편 — 교과서가 가르쳐주지 않는 것

다음 편 안내: 읽기만 하면 "알겠는데 못 쓰겠다"에 머무릅니다. 입력만으로는 부족하고 직접 써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3편에서는 이 학습법을 습관으로 만들고 쓰기와 말하기로 연결하는 방법을 다룹니다. 매일 20분, 90일 로드맵과 도구 조합법을 안내합니다.


의견

기자

이정진

금융 감사인의 예리한 시선과 그림책 편집자의 따뜻한 감성이 만나 AI 시대의 흐름을 읽는 기사를 씁니다. 現 리아북스 편집장.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