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순익 15% 급감, 트럼프 관세가 바꾸는 게임의 룰
기아차 4분기 순익이 트럼프 관세 영향으로 15.5% 감소. 한국 자동차업계가 직면한 새로운 무역 현실과 대응 전략을 분석합니다.
2조 9천억원. 지난해 기아가 미국 관세로 잃은 돈이다. 회사 측은 올해엔 3조 3천억원의 관세 부담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숫자로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이는 한국 자동차업계가 맞닥뜨린 새로운 현실의 시작일 뿐이다.
기아는 28일 4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5.5% 감소한 1조 47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한 1조 5000억원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영업이익은 더욱 가파르게 떨어져 32% 감소한 1조 8400억원에 그쳤다.
약속과 배신 사이
작년까지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미국과 한국은 무역협정을 통해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그 대가로 한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를 약속했다. 양국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거래처럼 보였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월요일(현지시간) 한국의 입법 절차 지연을 이유로 관세를 다시 25%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협정 이행을 위한 국내 법적 절차가 늦어지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기업 입장에서는 청천벽력이었다.
정성국 기아 부사장은 실적 발표에서 "올해 연간 실적에는 3조 3천억원 규모의 관세가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2조 9천억원보다 4천억원 더 늘어난 부담이다. 매출은 늘어나는데 수익성은 떨어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 자동차업계의 딜레마
기아의 고민은 단순하지 않다. 미국은 여전히 핵심 시장이다. 2025년 전체 매출 114조 1400억원 중 상당 부분이 미국에서 나온다. 관세가 오르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그렇다고 미국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다.
회사는 올해 10조 2000억원의 영업이익과 122조 30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잡았다. 전년 대비 각각 12%, 7% 증가한 수치다. "미국 관세와 주요 시장의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친환경차의 높은 평균 판매가격을 통해 수익성 회복과 성장에 집중하겠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설비투자 예산은 작년 5조 7000억원에서 올해 5조 6000억원으로 소폭 줄였다.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투자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을 반영한다.
보호무역주의의 새로운 얼굴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선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을 의미한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기지 확대, 멕시코나 동남아시아를 통한 우회 수출, 현지 파트너십 강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공장을 짓고 공급망을 재구축하는 데는 시간과 비용이 든다. 그 사이 기업들은 관세 부담을 감수하며 버텨야 한다.
소비자들도 영향을 받는다. 관세가 오르면 자동차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미국 소비자들은 더 비싼 값에 한국차를 사거나, 아니면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결국 선택의 폭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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