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원유 심장부 카르그섬을 노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원유 수출의 90%를 담당하는 카르그섬 점령을 검토 중이라고 FT가 보도했다. 협상과 군사 위협이 동시에 진행되는 이 상황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분석한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가격이 하룻밤 사이에 30% 뛴다면? 이건 가상 시나리오가 아니다. 트럼프가 지금 그 방아쇠 위에 손을 올려놓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26년 3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카르그섬(Kharg Island) 점령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란 핵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군사 옵션이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직접 시사했다.
카르그섬이 뭐길래
카르그섬은 이란 남서부 페르시아만에 위치한 작은 섬이다. 면적은 서울 여의도의 약 5배 수준에 불과하지만, 이란 원유 수출의 90% 이상이 이 섬의 터미널을 통해 세계로 나간다. 이란이 하루 평균 수출하는 원유는 약 150만 배럴. 이 섬 하나가 막히면 이란 경제는 사실상 질식한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에도 이라크는 카르그섬을 집중 공격했다. 섬이 얼마나 전략적인지를 역사가 이미 증명한 셈이다. 트럼프가 이 섬을 언급했다는 것은 단순한 협상 레토릭 이상의 무게를 지닌다.
협상과 위협, 동시에 진행 중
현재 미국과 이란은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핵 개발을 막기 위해 외교적 접촉을 재개했고, 이란 측도 일부 유연성을 보이는 신호를 보냈다. 그런데 협상이 진행되는 바로 그 순간, 트럼프는 군사적 점령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이것이 협상 전술인지, 실제 군사 계획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하지만 이 모호함 자체가 시장을 흔드는 무기가 된다. 국제유가는 이미 이 보도 이후 긴장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 경제, 어디서 맞나
한국은 세계 4위 원유 수입국이다. 2025년 기준 하루 평균 약 270만 배럴을 수입하며, 중동 의존도는 전체의 70%를 넘는다. 이란산 원유는 미국의 제재로 현재 직수입이 막혀 있지만, 카르그섬 사태가 현실화될 경우 중동 전체의 공급 불안이 국제유가를 끌어올리는 구조다.
정유업계 추산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를 때마다 한국의 연간 원유 수입 비용은 약 4조 원 증가한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같은 정유사들은 단기적으로 재고 평가이익을 볼 수 있지만, 소비자 물가와 제조업 원가는 그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항공, 해운, 석유화학 업계는 이미 중동 리스크를 비용 시나리오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주식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중동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한국항공, 대한항공 같은 항공주와 롯데케미칼 같은 석유화학주는 즉각적인 압박을 받아왔다. 반면 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 같은 조선주는 방산 수요 기대감으로 반사이익을 보기도 한다.
왜 지금인가
타이밍이 의미심장하다. 트럼프는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내 지지층에게 '강한 미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동시에 이란과의 협상에서 최대한의 양보를 끌어내야 한다. 군사 위협을 협상 레버리지로 활용하는 것은 트럼프 1기 때도 반복된 패턴이었다.
하지만 1기 때와 다른 점이 있다. 당시 미국은 셰일오일 증산으로 자국 에너지 자급도가 높았고, 중동 불안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 충격은 제한적이었다. 지금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이미 한 차례 재편된 상태다. 충격의 전파 속도와 범위가 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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