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의 AI 생산성 베팅, 그린스펀의 그림자
차기 연준 의장 후보 케빈 워시가 AI 생산성 혁명에 베팅하며 그린스펀식 통화정책 회귀를 암시. 한국 경제와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파장은?
케빈 워시가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거론되면서 월스트리트가 주목하고 있다. 그가 내세우는 핵심 논리는 간단하지만 파격적이다. AI가 생산성을 혁신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니, 연준은 더 관대한 통화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1990년대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이 인터넷 혁명 시기에 보였던 접근법과 닮아있다. 당시 그린스펀은 기술 혁신이 생산성을 높여 인플레이션 압력을 상쇄할 것이라 믿고 금리를 낮게 유지했다.
워시의 AI 생산성 가설
워시는 최근 발언에서 AI 기술이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AI가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면서 전통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될 것이다.
특히 그는 제조업, 서비스업, 금융업 등 광범위한 섹터에서 AI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2024년 기준 미국 기업들의 AI 투자는 전년 대비 78% 증가했으며, 이러한 투자가 실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낙관론에는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AI의 생산성 효과가 아직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2023년 미국의 생산성 증가율은 2.4%에 그쳤는데, 이는 AI 투자 규모를 고려할 때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린스펀 시대의 데자뷰
1990년대 후반 그린스펀은 인터넷과 정보기술 혁명을 근거로 '신경제론'을 주창했다. 기술 혁신이 생산성을 높여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면서도 인플레이션은 억제할 수 있다는 이론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연준은 1994년부터 1999년까지 상대적으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했다.
결과적으로 이 시기 미국 경제는 호황을 누렸다. GDP 성장률은 연평균 4%를 넘어섰고, 실업률은 3.9%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후 닷컴 버블 붕괴로 이어지면서 그린스펀의 정책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워시의 현재 주장은 그린스펀 시대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다만 이번에는 인터넷 대신 AI가 핵심 동력이라는 점이 다르다. 그는 AI 기술의 파급 효과가 1990년대 인터넷 혁명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장
워시의 AI 중심 통화정책이 실현될 경우 한국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미국의 완화적 통화정책은 달러 약세로 이어져 원화 강세 압력을 높일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기업들에게는 양날의 검이 될 전망이다. AI 수요 증가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확대되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원화 강세는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국내 AI 관련 기업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카카오의 AI 서비스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AI 투자가 활발해지면 한국 기업들의 진출 기회도 확대될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미국의 저금리 정책이 지속되면 국내로 유입되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늘어날 수 있다. 이는 서울 강남 등 프리미엄 부동산 시장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들의 계산법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은 이미 워시의 정책 방향을 선반영하기 시작했다. AI 관련 주식들이 2024년 말부터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장기 국채 금리는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모든 투자자가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일부 헤지펀드들은 AI 생산성 효과가 과대평가됐을 가능성을 지적하며 신중한 접근을 보이고 있다. 특히 AI 투자 대비 실제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급격한 조정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AI 관련 투자의 60%가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1990년대 말 인터넷 기업들의 상황과 유사한 패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투자자들 역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AI 테마주에 대한 무분별한 투자보다는 실제 AI 기술력과 수익 모델을 갖춘 기업들을 선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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