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반중 시위자 재판, 중국 눈치보기의 민낯
카자흐스탄이 19명의 반중 시위자를 재판에 넘기며 중국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국내 정치적 압력을 받고 있다.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살펴본다.
발목에 전자발찌를 찬 채 가택연금 상태인 굴다리야 셰리자트. 그녀는 지난 11월부터 이 장치와 함께 살고 있다. 죄목은 반중국 시위 참여다.
카자흐스탄 당국이 19명의 반중 시위자를 재판에 넘긴 이 사건은, 중국과의 우호관계 유지와 국내 정치 안정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카자흐스탄의 딜레마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시위의 발단과 중국의 압력
이번 시위는 중국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 정책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됐다. 카자흐족이 다수 거주하는 신장 지역에서 중국 정부의 강압적 정책이 지속되자, 카자흐스탄 내 시민들이 거리로 나선 것이다.
문제는 중국이 카자흐스탄에 강력한 압력을 가했다는 점이다. 중국은 카자흐스탄의 최대 교역국이자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의 핵심 파트너다. 2023년 기준 양국 교역액은 310억 달러에 달한다.
아스타나 정부는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위자들에 대한 강경 대응을 선택했다. 이는 명백히 중국의 요구에 부응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정치 개혁과 맞물린 복잡한 타이밍
이번 재판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타이밍이다. 카자흐스탄은 현재 정치 개혁을 추진하며 민주화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하고 있다. 그런데 동시에 반정부 시위자들을 강경하게 처벌하는 모순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정치적 다원주의와 시민사회 활성화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중국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에서는 여전히 권위주의적 대응을 택하고 있다.
이는 카자흐스탄이 진정한 정치 개혁을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서구의 시선을 의식한 제스처에 불과한지 의문을 제기한다.
중앙아시아 전체의 딜레마
카자흐스탄의 상황은 중앙아시아 전체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의존하면서도, 정치적으로는 러시아와 서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는 복잡한 지정학적 위치에 있다.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등 인근 국가들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커질수록,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는 뒷전으로 밀리는 현실이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중앙아시아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지역의 정치적 불안정성은 새로운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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