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매파도 등 돌린 트럼프의 이란 전쟁
수십 년간 이란 정권 교체를 주장해온 존 볼턴이 트럼프의 이란 전쟁 방식을 정면 비판했다. 목표는 같지만 전략이 없다는 것이 그의 핵심 주장이다.
목표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이 방식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미국 공화당 내에서 수십 년간 '이란 전쟁론'의 대표 주자로 꼽혀온 존 볼턴이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군사 작전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볼턴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유엔 대사를 지냈고,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는 국가안보보좌관을 역임했다. 이란 정권 교체론을 수십 년간 주장해온 그가 트럼프의 이란 전쟁에 반기를 든 것은 단순한 정치적 갈등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볼턴이 말하는 '전략 없는 전쟁'
볼턴의 비판은 전쟁 자체에 대한 반대가 아니다. 그는 여전히 이란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그의 논거는 명확하다. 현 이란 정권은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하마스·헤즈볼라·후티·이라크 시아 민병대 등 테러 조직에 대한 지원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수십 년의 증거가 이를 뒷받침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문제는 방법이다. 볼턴은 트럼프가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해야 할 세 가지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첫째, 미국 국민에게 왜 이 전쟁이 필요한지 설명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대규모 군사 행동에 나설 때는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생략됐다는 것이다. 둘째, 의회와의 사전 조율이 없었다. 공화당 의원들조차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전쟁에 끌려들어갔다. 셋째, 동맹국 협의가 부재했다. NATO 동맹국은 물론,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를 수입하는 일본·한국 등 아시아 동맹국들과도 사전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다.
볼턴이 가장 심각하게 보는 결함은 따로 있다. 이란 내부 반정부 세력과의 조율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그는 "이란 내부의 야권, 소수 민족, 젊은이들, 여성들이 실제로 정권을 무너뜨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1979년 이후 이란 정권이 가장 취약한 상태라는 그의 진단은 흥미롭다. 마흐사 아미니 사망 이후 여성들의 분노,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30세 미만 청년층의 불만, 경제 붕괴가 맞물린 지금이 오히려 정권 교체의 최적기라는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게 볼턴의 판단이다.
트럼프 2기의 구조적 문제
볼턴은 트럼프가 이 전쟁을 4~6주 안에 마무리하려 한다는 보도에도 회의적이다. 군사 작전 자체는 그 기간 안에 마칠 수 있을지 몰라도, 정권 교체는 군사력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란 내부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우연히 성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 근본적인 문제로 볼턴이 지목하는 것은 트럼프 2기의 의사결정 구조 붕괴다. 국가안보회의(NSC) 프로세스가 사실상 해체됐다는 것이다. 볼턴은 NSC가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다양한 부처의 시각을 모아 대통령이 정보에 기반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구조라고 설명한다. 마르코 루비오가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을 동시에 맡은 것도 이 구조 붕괴의 증거로 든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군사 지도부를 제거하고 이란을 군사적으로 약화시켰다는 성과를 내세운다. 볼턴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이란이 새 국가안보회의 서기로 혁명수비대 강경파를 선택했다는 보도를 인용하며, 정권이 재건될 경우 핵 프로그램과 테러 지원이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한국이 주목해야 할 이유
볼턴의 비판이 한국 독자에게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숫자는 냉정하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한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거나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 가격 급등은 한국 제조업 전반에 직격탄이 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등 에너지 집약적 산업을 보유한 기업들의 생산 비용이 오르고, 이는 수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볼턴이 지적한 대로 일본, 한국이 동맹 협의에서 배제됐다는 것은 한국이 이 전쟁의 경제적 여파에 대해 사전 대비를 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는 의미다.
또 하나의 시각도 있다. 이란 핵 프로그램이 실질적으로 후퇴한다면, 중동 핵 도미노 우려가 줄어들고 이는 북한 핵 문제 협상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대로 전쟁이 실패로 끝나 이란이 더 강경해진다면, 북한에 대한 억제 메시지도 약해질 수 있다.
매파의 비판이 더 날카로운 이유
볼턴의 비판이 주목받는 것은 그가 반전론자이거나 이란에 우호적이어서가 아니다. 정반대다. 그는 이란 정권 교체를 가장 강력하게 주장해온 인물이다. 그런 그가 "목표는 옳지만 방법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이 전쟁이 목표 달성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를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목소리로 전달하는 것이다.
볼턴과 트럼프의 관계는 이미 파탄났다. 트럼프의 법무부는 볼턴을 기밀문서 부적절 취급 혐의로 기소한 상태다. 두 사람 사이의 개인적 앙금을 감안하면 볼턴의 비판을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그가 제기하는 전략적 질문들, 즉 동맹 협의 없이 시작한 전쟁, 내부 반정부 세력과의 조율 부재, NSC 프로세스 붕괴는 개인적 감정과 별개로 유효한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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