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로 부품 하나로 주가 4배, 일본제강의 귀환
원자력 르네상스와 방위산업 호황이 맞물리며 일본제강소(JSW) 주가가 2023년 말 대비 약 4배 급등했다. 이 회사가 독점하는 기술이 한국 에너지 정책과 원전 산업에 던지는 함의를 짚어본다.
원자로 압력용기 하나를 만들 수 있는 회사가 전 세계에 몇 곳이나 될까. 손에 꼽힌다. 그 중 가장 큰 단조(鍛造) 능력을 보유한 곳이 일본 무로란(室蘭)에 자리한 일본제강소(Japan Steel Works, JSW)다. 이 회사의 주가는 2023년 말 대비 약 4배 올랐다. 화려한 AI 테마주도, 반도체 붐도 아니다. 이유는 단 하나—원자력이 돌아왔다.
아무나 못 만드는 것을 만든다
원자로 압력용기는 핵연료봉을 감싸는 두꺼운 강철 용기다. 두께만 20cm 이상, 무게는 수백 톤에 달한다. 내부에 결함이 단 하나라도 있으면 안 된다. 이 부품을 만들려면 세계 최대급 단조 프레스와 수십 년의 야금 기술이 동시에 필요하다. JSW는 이 조건을 갖춘 몇 안 되는 공급자 중 하나로, 사실상 글로벌 과점 지위를 누리고 있다.
JSW가 공개한 목표치는 구체적이다. 2028 회계연도까지 발전소용 로터 샤프트(회전축)를 연간 200개 이상 출하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2025 회계연도 대비 약 1.5배 수준이다. 원전 부품뿐 아니라 방위산업 수요 급증도 실적을 밀어올리고 있다. 일본 정부의 방위비 증액 기조가 JSW의 특수강 수요로 직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왜 지금인가
원자력은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오랫동안 '퇴물' 취급을 받았다. 독일은 탈원전을 선언했고, 일본도 대부분의 원전을 멈췄다. 하지만 지형이 바뀌었다.
첫째,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는 24시간 안정적인 대용량 전력을 원한다. 태양광과 풍력만으로는 이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둘째, 탄소중립 목표가 강화되면서 '무탄소 기저전원'으로서 원자력의 가치가 재평가받고 있다. 셋째, 에너지 안보 논의가 커지면서 자국 발전원 다변화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 세 가지 흐름이 동시에 원전 신규 발주와 기존 원전 수명 연장으로 이어지고 있고, 그 과실을 JSW 같은 소수의 부품 공급자가 독점적으로 가져가고 있다.
승자와 패자, 그리고 한국
JSW의 부상은 한국 입장에서 단순한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은 현재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했고, 체코·폴란드·루마니아 등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원전 수출을 추진 중이다. 원전을 짓는다는 건 압력용기, 증기발생기, 로터 샤프트 같은 핵심 단조 부품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내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이 역할을 맡고 있다. JSW와 두산에너빌리티는 글로벌 원전 부품 시장에서 사실상 경쟁 관계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도 원전 수혜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탔지만, JSW의 4배 급등에 비하면 온도 차가 있다. 시장은 JSW의 기술적 해자(moat)와 생산 능력 확장 속도를 더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원전 산업이 글로벌 수주 경쟁에서 이기려면,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과 납기 경쟁력이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다.
한편 패자는 누구인가.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다 부품 공급망을 잃어버린 나라들이다. 독일은 원전을 껐고, 그 결과 관련 기술 인력과 제조 역량도 함께 사라졌다. 재가동하고 싶어도 공급망을 다시 구축하는 데 수년이 걸린다.
방위산업이라는 또 다른 엔진
JSW의 성장 스토리에서 빠뜨릴 수 없는 변수가 방위산업이다. 일본 정부는 2027년까지 방위비를 GDP 대비 2%로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사실상 방위비 두 배 증액이다. 함정용 포신, 장갑 강판, 미사일 케이스 등 방위산업의 핵심 소재는 고품질 특수강이다. JSW는 이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공급자다.
원자력과 방위산업. 두 산업의 공통점은 진입장벽이 극도로 높다는 것이다. 인증 취득에만 수년이 걸리고, 한번 공급망에 들어가면 쉽게 교체되지 않는다. JSW는 이 두 개의 해자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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