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중동의 새로운 균열인가
이스라엘-이란 전쟁이 중동 지형을 바꾸고 있다. 네타냐후의 정치적 생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장까지 다각도로 분석한다.
전쟁이 한 사람의 정치 생명을 구할 수 있을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금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치르고 있다. 하나는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건 싸움이다. 그리고 두 전쟁은 기묘하게 얽혀 있다.
전쟁의 지형: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이스라엘과 이란의 직접 군사 충돌은 수십 년간 '그림자 전쟁'의 형태로 유지됐다. 하지만 2024년 이후 이 구도는 달라졌다.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직접 공격, 이스라엘의 보복 타격이 반복되면서 양국은 공개적인 교전 상태에 가까워졌다. 가자 전쟁이 레바논, 예멘, 이란으로 전선을 넓히면서 중동 전체가 하나의 복잡한 분쟁 지도 위에 올라섰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상황을 주시하면서도 명확한 출구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란과의 전쟁에서 미국은 어떻게 빠져나올 것인가'라는 질문은 워싱턴 안팎에서 여전히 답을 기다리고 있다.
호르무즈의 공포: 석유가 멈추면 세계가 멈춘다
이 전쟁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지점 중 하나는 호르무즈 해협이다. 전 세계 원유 수출량의 약 20%,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5%가 이 좁은 해협을 통과한다. 이란이 이 해협을 봉쇄하거나 위협하는 순간, 에너지 시장은 즉각 반응한다.
한국은 이 문제에서 결코 방관자가 아니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호르무즈 봉쇄 시나리오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제조업 대기업의 에너지 비용을 직격할 수 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으면 국내 물가, 무역수지, 환율에도 연쇄 충격이 온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에너지 가격 급등이 한국 경제에 남긴 흔적을 기억한다면, 호르무즈 위기는 결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네타냐후의 계산: 전쟁은 정치다
네타냐후는 현재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전쟁이 지속되는 한, 그는 '전시 총리'라는 방패를 유지할 수 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이 점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전쟁이 국가 안보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한 정치인의 생존을 위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물론 반론도 있다.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은 실질적인 위협이고,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은 수십 년간 쌓인 안보 논리의 연장선이라는 시각이다. 전쟁의 원인을 한 사람의 정치적 이해관계로만 환원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일 수 있다.
유럽의 딜레마, 중국의 셈법
유럽은 이 전쟁 앞에서 더 복잡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이란과의 외교 채널을 완전히 닫고 싶지 않다. 에너지 안보, 난민 문제, 이슬람 세계와의 관계가 모두 얽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다른 계산을 하고 있다. 이란의 최대 원유 구매국인 중국은 중동 불안이 깊어질수록 에너지 공급망에서 독자적인 협상력을 키울 수 있다. 동시에 호르무즈 봉쇄는 중국 경제에도 타격이므로, 중국이 이란을 무한정 지원하기도 어렵다. 이 미묘한 균형이 중국 외교의 핵심 과제다.
가자는 잊혀지고 있는가
이란 전쟁이 국제 사회의 시선을 빨아들이는 동안, 가자 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는 점점 뉴스 하단으로 밀려나고 있다. 국제 구호 단체들은 이 '주목 경쟁'을 우려한다. 전쟁이 복수의 전선에서 동시에 벌어질 때, 가장 먼저 희생되는 것은 가장 취약한 곳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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