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 경고, 한국 기업들 '비상
이란-이스라엘 전쟁 격화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 2주만 막혀도 글로벌 에너지 시장 대혼란. 한국 기업들의 대응책은?
세계 석유의 5분의 1이 지나는 그 길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1%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 폭 33km에 불과한 이 좁은 바다가 지금 세계 경제의 뇌관이 되고 있다. 이란이 미국-이스라엘과의 갈등 격화로 해협 봉쇄를 경고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경제가 비상등을 켰다.
문제는 단순히 기름값 오르는 게 아니다.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이 중동 의존도 60%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2주만 막혀도 국내 기름값은 물론 화학, 철강, 항공업계까지 도미노 타격이 불가피하다.
아시아가 가장 아픈 이유
왜 하필 아시아일까? 답은 간단하다. 중동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한국 63%, 일본 95%, 중국 43%.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대체 공급처도 제한적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유조선들이 페르시아만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항로의 8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이란이 정말 봉쇄에 나선다면, 한국 기업들은 아프리카 서안이나 남미까지 기름을 구하러 가야 한다. 운송비만 배럴당 15-20달러 더 든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같은 철강사들도 발등에 불이다. 이미 원료비 상승으로 어려운데, 에너지 비용까지 치솟으면 수익성이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기업들의 셈법
정부는 "석유비축분 96일치가 있으니 단기적으론 문제없다"고 하지만, 업계는 다르게 본다. 비축유는 '마지막 보루'이고, 실제론 가격 급등부터 시작된다는 게 정유업계의 판단이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등 화학업체들은 벌써 대체 공급선 확보에 나섰다. 미국 셰일오일, 노르웨이 북해유전까지 접촉하고 있지만, 물량도 부족하고 가격도 20-30% 비싸다.
항공업계는 더 직격탄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연료비 비중이 30%를 넘는 상황에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 항공료 인상은 피할 수 없다.
이번엔 정말 다를까
과거에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은 있었다. 하지만 이번은 몇 가지 면에서 다르다. 첫째, 이란의 군사 역량이 과거보다 훨씬 강화됐다. 둘째, 중국과 러시아가 이란을 더 적극 지원하고 있다. 셋째, 글로벌 석유 여유분이 역대 최저 수준이다.
반면 희망적 요소도 있다. 사우디와 UAE가 증산 여력을 키워뒀고, 미국 전략석유비축분 방출도 가능하다. 더 중요한 건 실제 봉쇄 시 이란도 타격이 크다는 점이다. 이란 석유 수출의 9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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