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전쟁에 베팅하는 이유
이란의 지정학적 전략 변화와 중동 정세가 글로벌 경제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합니다.
$2조. 이란이 지난 40년간 경제제재로 잃은 GDP 규모다. 그런데도 테헤란은 왜 계속 갈등을 선택하는가?
제재 속에서도 살아남는 법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줄곧 서방의 경제제재를 받아왔다. 하지만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독특한 '제재 경제' 모델을 구축했다.
핵심은 에너지 외교다. 이란은 세계 4위 원유 매장량과 2위 천연가스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서방이 제재해도 중국, 러시아, 인도 같은 국가들은 여전히 이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특히 중국은 이란 원유의 60% 이상을 수입한다.
이란 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제재 하에서도 이란의 지하경제 규모는 GDP의 35%에 달한다. 암호화폐, 물물교환, 제3국 경유 무역 등으로 달러 결제망을 우회하는 방식이다.
전쟁이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이유
역설적이지만, 이란에게 지역 불안정은 경제적 기회가 될 수 있다. 중동에서 긴장이 높아질 때마다 원유 가격이 급등하기 때문이다.
2019년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 당시, 국제유가는 하루 만에 15% 급등했다. 이란이 직접 공격하지 않아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만으로도 유가를 조작할 수 있다. 전 세계 원유 운송량의 21%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이란 석유부 관계자는 "제재로 어차피 정상 수출이 불가능하다면, 시장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우리가 보유한 원유의 가치를 높이는 게 낫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 기업들의 딜레마
한국은 이란과 복잡한 관계다. 현대중공업, 삼성물산, SK에너지 등이 과거 이란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미국 제재 강화로 대부분 철수했다.
특히 한국은 이란에 70억 달러 규모의 원유대금을 동결하고 있다. 이란 입장에서는 한국이 '돈을 빌려간 채무자'나 다름없다. 2021년 이란이 한국 유조선을 나포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한국 기업들의 연간 손실 규모는 15조원에 달한다.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비 증가, 투자 지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승자와 패자의 게임
이란의 전쟁 베팅에는 명확한 승자와 패자가 있다. 승자는 이란의 에너지를 저가에 사들이는 중국과 러시아다. 중국은 제재 기간 동안 시장가의 30% 할인된 가격으로 이란 원유를 수입했다.
패자는 서방 기업들과 한국 같은 중간국가들이다. 제재 준수로 사업 기회를 잃고, 지정학적 리스크로 추가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가장 큰 피해자는 이란 국민들이다. 1인당 GDP는 2011년 $7,800에서 2023년 $4,200으로 46% 감소했다. 청년 실업률은 25%를 넘나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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