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이 검문소가 됐다
미국 14개 공항에 ICE 요원이 배치됐다. 명목은 TSA 결원 보충이지만, 실제로는 이민자 단속이 공항 안으로 들어왔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이를 붙잡고 버티는 여성의 비명 소리로 시작됐다.
지난 주말,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게이트로 향하던 한 목격자가 "끔찍한" 비명을 듣고 달려갔다. 신분을 밝히지 않은 두 남성이 여성을 강제로 제압하고 있었다. 수십 명의 목격자들이 스마트폰을 들었다. 경찰이 도착했지만, 그들은 인파를 밀어낼 뿐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목격자가 "왜 당신들 배지는 보이는데 저 두 사람 배지는 볼 수 없냐"고 물었을 때, 경찰은 그냥 앞만 바라봤다.
이것이 지금 미국 공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TSA가 비었다, 그 자리에 ICE가 들어왔다
표면적인 이유는 단순하다. 미국 연방정부 일부 셧다운이 지속되면서 TSA(교통안전청) 요원 수천 명이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1월 말부터 무급 상태가 이어지자 결근하거나 아예 그만두는 요원들이 속출했고, 공항 보안 검색대에 긴 줄이 생겼다. 백악관 국경 담당 차르 톰 호먼은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ICE(이민세관집행국) 요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배치 규모는 상당하다. 애틀랜타 하츠필드-잭슨, 시카고 오헤어, 뉴어크 리버티, 샌프란시스코에 이어 뉴욕 JFK·라과디아, 휴스턴, 뉴올리언스, 필라델피아, 피닉스 등 전국 14개 공항에 ICE 요원들이 배치됐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인 애틀랜타에서는 보안 검색대 바로 옆에 ICE 요원들이 서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3월 21일 트루스소셜에 이렇게 썼다. ICE 요원들이 "전례 없는 보안"을 제공할 것이며, "소말리아 출신을 포함한 불법 이민자를 즉각 체포"할 것이라고. 공항 보안 지원이라는 명목과 이민 단속이라는 목적이 같은 문장 안에 공존했다.
훈련받지 않은 요원, 설명하지 않는 정부
문제는 능력과 투명성 두 가지다.
TSA 요원들을 대표하는 노동조합 AFGE의 에버렛 켈리 위원장은 직설적으로 말했다. "ICE 요원들은 항공 보안에 대한 훈련도, 자격증도 없다. TSA 요원들은 검색대에서 탐지를 회피하도록 설계된 폭발물, 무기, 위협 요소를 식별하는 법을 수개월에 걸쳐 배운다. 이건 즉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실제로 소셜미디어에는 ICE 요원들이 공항 안에서 그냥 서 있기만 하는 장면들이 올라오고 있다.
DHS(국토안보부)는 ICE 요원들이 이민 단속도 병행할 것인지, 어떤 훈련을 받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대신 DHS 대변인은 "민주당이 항공 여행의 안전과 신뢰성을 위험에 빠뜨리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행동에 나선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투명성 문제는 샌프란시스코 사건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났다. 공항 측은 해당 여성 억류가 ICE의 전국 공항 배치와 "무관하다"고 했지만, 그게 무엇과 관련된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요원들은 배지 번호를 보여주지 않았고, 경찰은 설명하지 않았다.
공항이라는 공간의 의미가 달라진다
공항은 원래 특수한 공간이다. 국경과 내부 사이, 출발과 도착 사이의 중간 지대. 보안 검색은 있지만, 그것은 항공 안전을 위한 절차다. 이민 심사는 입국 심사대에서 이루어진다. 이 두 기능이 뒤섞이기 시작하면, 공항은 성격이 바뀐다.
지난해 WIRED는 항공사들이 승객 데이터를 DHS에 판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TSA가 승객 정보를 ICE와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제 ICE 요원이 공항 안에 있다. 이 세 가지를 연결하면, 공항은 단순한 교통 허브가 아닌 이민 감시 인프라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는 그림이 그려진다.
뉴저지 민주당 상원의원 앤디 킴은 "미국인들은 공항에도, 지역사회에도 ICE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냥 공화당이 TSA 예산에 합의해서 직원들이 급여를 받고 줄이 줄어들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그의 관할 구역인 뉴어크 리버티 공항에도 ICE가 배치됐다.
한국 독자들에게도 이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미국을 오가는 한국인 여행객, 유학생, 주재원은 매년 수백만 명에 달한다. 비자 상태, 체류 자격, 혹은 단순히 외모만으로도 공항에서의 경험이 달라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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