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가 닫혔다, 아시아가 흔들린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일본·한국·인도 등 아시아 에너지 안보에 연쇄 충격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 KOSPI 6% 급락, 역사적 유가 상한제 도입 등 파장을 분석한다.
한국이 유가 상한제를 도입한 것은 30년 만의 일이다. 그 사실 하나가 지금 상황의 무게를 말해준다.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했다. 전쟁은 중동에서 시작됐지만, 충격파는 아시아 전역을 강타하고 있다. 그 경로는 단 하나의 해협을 통과한다. 바로 호르무즈다.
막힌 동맥, 흔들리는 아시아
호르무즈 해협은 아시아 에너지 안보의 동맥이다. 공습 이후 유조선 통행이 사실상 중단된 이 해협을 통해 일본은 석유 수입량의 70%를, 한국은 소비 원유의 대부분을, 인도는 원유의 50%와 LNG의 50~60%를 들여온다.
일본은 254일치 비축유를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의 전략 비축국이다. 하지만 비축유는 시간을 버는 수단이지 해법이 아니다. 일본 1차 에너지 소비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34.8%다. 후쿠시마 이후 원전을 줄이면서 석유 의존도를 끝내 낮추지 못한 구조적 취약성이 이번 위기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닛케이225 지수는 단 하루에 4,200포인트 이상 폭락했고, 엔화는 달러당 160엔을 향해 급락했다. 일본 국민의 85% 이상이 이 전쟁이 자신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한다고 답했다. 전쟁 당사국도 아닌 나라에서 나온 숫자치고는 놀랍다.
한국의 대응은 더 직접적이었다. 정부는 석유류 가격 상한제를 발동하고 가격 담합에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30년 만의 가격 통제다. KOSPI는 공습 직후 6% 이상 하락했다. 서민 가계를 단기적으로 보호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석유화학 업계를 중심으로 한 구조적 인플레이션 압력은 막을 수 없다. 현대케미칼, 롯데케미칼 등 납사 기반 석유화학 기업들은 원료 수급 불안에 직면해 있다.
인도의 상황은 더 복잡하다. 원유 의존도(88%)도 문제지만, 수억 명이 사용하는 가정용 LPG 재고가 2~3주치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 더 심각하다. 인도는 세계 2위 LPG 수입국인데, 공급의 대부분이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에서 온다. 소형 철강업체들은 생산 축소를 경고하고 있고, 비료 공장들은 이미 카타르 LNG 공급 중단으로 생산을 줄이고 있다. 3월 10일 수백 명의 농민이 뉴델리에서 시위를 벌였다. 인도의 비료 보조금은 이미 연간 190억 달러 규모다. 에너지 위기가 길어지면 이 부담은 더 커진다.
동맹이냐, 원칙이냐
에너지 위기가 경제적 시험이라면, 외교적 파장은 정치적 정체성의 시험이다.
일본의 딜레마가 가장 선명하다. 도쿄는 오랫동안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외교 원칙을 고수해왔다. 중국의 대만 압박을 견제하기 위한 논리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미국이 동맹국과 사전 협의 없이 이란을 일방적으로 공습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이 모순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대신 이란 내 일본 국민 200명의 안전을 확인하고, 인근 국가의 7,700명 대피 계획을 준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미 카타르에서 200명 이상이 육로로 리야드로 이동했다.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은 미군이 한국에 배치된 패트리어트 방공 시스템을 중동으로 재배치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공개 인정했다. 한국 방어에 결정적 타격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 발언은 불편한 질문을 남긴다. 워싱턴이 자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와 동맹국 방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할 때, 어느 쪽을 택하는가?
인도의 상황은 더 미묘하다. 모디 총리는 걸프 국가에 대한 이란의 미사일 공격은 규탄했지만, 정작 이스라엘·미국의 선제 공습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야당 지도자 라훌 간디와 말리카르준 카르게는 의회 앞에서 "인도에는 침묵이 아닌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했다. 모디 총리가 공습 직전 이스라엘을 방문해 네타냐후 총리를 만난 것도 논란이 됐다.
더 복잡한 것은 인도가 MILAN-2026 해군 훈련에 참가했던 이란 군함 3척의 인도 항구 입항을 허용했다는 사실이다. 이 함선들 중 하나는 미국 잠수함에 의해 격침됐다. 자이샨카르 외교장관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스리랑카와 함께 인도는 현재 434명의 이란 선원을 보호하고 있다. 어떤 정책 교과서도 이 상황에 대한 답을 갖고 있지 않다.
아시아의 취약한 허리
더 아래로 내려가면 충격은 더 날것으로 드러난다.
방글라데시는 대학을 폐쇄하고 연료 배급제를 도입했다. 파키스탄은 정부 인력을 절반으로 줄이고,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고, 학교 2주 폐쇄로 4,000만 명의 학생이 집에 머물고 있다. 필리핀은 석유의 96%, 베트남은 87%, 태국은 74%를 페르시아만에서 수입한다. 동남아시아는 지난 10년간 국내 에너지 생산이 줄어드는 동안 수입 의존도를 오히려 높여왔다. 그 선택이 지금 청구서로 돌아오고 있다.
인도 항공업계도 이중 타격을 받고 있다. 에어인디아와 인디고는 3월 10일 기준 중동·유럽·북미 노선의 64%를 취소했다. 파키스탄이 이미 인도 항공사의 영공 통과를 금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동 영공까지 막히자, 사실상 우회 경로가 없어졌다.
이 위기의 조용한 수혜자
모든 아시아 국가가 피해자는 아니다.
중국은 약 10억 배럴의 전략·상업 비축유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기차가 신차 판매의 절반을 넘어섰고, 전력 소비의 대부분은 국내산 석탄과 급성장하는 재생에너지로 충당된다. 10년에 걸친 비축, 전기화, 내수 에너지 전환 정책이 중국을 유가 충격에 상대적으로 강한 구조로 만들었다. 베이징은 지금 이 분쟁을 관망하며 태양광 패널과 전기차를 걸프 석유 의존도를 재검토하는 나라들에 공급하는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러시아도 반사 이익을 누리고 있다. 워싱턴은 인도에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재개할 수 있는 30일 제재 유예를 부여했다. 인도에 단기 숨통을 틔워주는 조치지만, 동시에 모스크바에 안정적인 구매자를 확보해주는 효과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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